[파이낸셜뉴스] 대학이 의대생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1학기에 유급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 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거부로 받은 F학점은 2학기 내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의대 졸업자와 졸업대상자가 치르는 의사 국가시험 일정을 연기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14일 교육부는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37개 대학이 전날까지 제출한 '의대 학사운영 관련 조치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한 학사 운영 대책을 제출하라고 대학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의대들은 학사운영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의대생의 집단유급을 막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원격수업을 전면 확대해 이론수업은 대면과 원격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정해진 기간 내 강의 수강 시 출결을 인정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1학기에 한시적으로 유급기준을 미적용하는 특례규정과 학점 미취득(F) 과목은 2학기 내 이수하도록 기회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대학도 있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해당 학칙을 완화한다면 상당수의 의대생이 유급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이수제, 유연학기제 등을 활용해 학기 내 수업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1학기 수업을 2학기에 진행해 수업 기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15주씩 두 학기 진행하는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사례도 있었다.
예과 1학년에 대해선 수강과목 철회·폐강 등 불이익 예방 조치를 논의한다. 학생이 수업을 복귀할 시 계절학기로 최대한 많은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 강의 개설 등 보강 계획도 수립한다.
임상실습과 관련해선 교육과정을 변경하고 실습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이 나왔다. 현 교육과정 상 실습수업의 대부분은 3학년에 집중되어 있는데, 3학년 교육과정에서 수업시간 확보가 불가할 경우 4학년 교육과정으로 연계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실습수업 기간 확보를 위해 주말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대학은 집단행동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선 학생 면담과 학생회 간담회 등을 통해 지도하고, 대학 내 신고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생회 간담회의 의견수렴 방식은 익명 투표로 변경하고, 학생들의 원격수업 참여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조치도 있었다.
의대들은 의사 국가시험(국시) 일정 조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수업에 복귀한 학생들의 시험 응시 전 수업과 준비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필기-실시 순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현재 국시는 접수(7월) → 실기시험(9~10월) → 필기(다음해 1월) 순으로 치러진다.
학자금대출과 국가장학금 신청기간을 조정하고, 대학 공시 수정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건의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국시 연기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열린 정예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국가장학금 (신청 일정을) 조정하거나 의사 국시 일정 조정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