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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국제정치] 국제정치의 변화와 일본의 고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4 18:06

수정 2024.05.14 18:26

중국과 북한 견제 위하여
미국이 군사 재무장 독촉
일본 지식인들 고민 많아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요즘 일본은 고민이 많다. 세상은 무기경쟁으로 사나워지는데 어떤 나라의 모습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일본의 지식인들은 머리가 복잡하다.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2발의 핵폭탄에 수십만명이 희생되고 나서 전면적인 항복을 하고, 미국의 3D 정책을 수용했다. 3D 정책이란 Democracy(민주화), De-Militarization(군사력 해체), De-Zaibatsu(재벌해체)인데 일본은 미군정에 의해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군국주의도 해체되고 군국주의가 가능했던 돈줄의 원천인 재벌기업을 해체하는 정책이었다.

세계를 향해 전쟁을 해본 나라답게 전쟁에 패하고 나서도 쌓아 놓은 중공업 능력을 발휘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 선 적이 있는 나라다.
1945년 항복하고 나서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며 국가안보를 지켜주자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지 않는 군사비를 쓰며 오로지 경제발전에 몰두한 결과 부자 나라가 되었다. 지난 70여년을 평화와 번영을 넘치도록 즐겼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세상이 사나워지고, 심지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두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미군을 주둔시키며 지난 세월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살기에는 국제정치가 심하게 불안해지고 있음에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정책을 선언하고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게 되자 혹여 미국의 요구로 국제분쟁에 일본이 군사력을 파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큰 것이다.

일본이 항복을 하며 미국이 강요한 평화헌법 제9조는 군사력을 보유할 수 없게 되어 있고, 국제분쟁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항복하고 5년 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국내의 치안을 담당할 경찰 예비대를 조직했는데 1954년 자위대로 변모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위대란 괴상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무기 차원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뛰어난 미국산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를 한국은 60대 보유하게 되어 있지만 일본은 무려 147대를 보유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평화헌법 제9조와는 모순이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앞장서서 헌법개정을 주장하고 다녔지만 그가 갑작스레 사망한 이후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일본을 군사강국으로 몰아가고 헌법을 고쳐 군사력을 사용하는 보통국가로 만들려 했던 일본으로서는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핀란드, 스웨덴 등과 같은 나라의 지정학적 여건과는 매우 다르게 동북아에는 한미일 협력이라는 3개국 협력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일본 군사력을 해체했던 미국이 이제는 일본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유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 시대와 각 나라의 이익에 맞게 국방외교 정책들이 변하는 것이 국제정치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대단히 통 큰 국방력 증강을 기대하고 있다. 147대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은 물론 세계 최대의 이지스함을 포함해 총 8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한국은 3척에 불과하다. 또한 2척의 경항공모함을 건조해 항모군단을 만들게 되어 있다. 항모군단이란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구축함과 해저에서는 잠수함이 호위하게 되어 있어 가히 군사대국 경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핵무기만 없는 강대국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심분리기도 있고, 플루토늄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재처리시설도 있다.

미국은 핵무기 보유는 용납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본이 군사력을 해외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몰고 가고 있고 미사일과 무기의 공동개발 등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일본의 군사재무장을 독촉하고 있다.
목표는 중국과 북한 견제인데, 군사대국 일본이 탄생하는 것에 일본의 지식인들은 고민이 많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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