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 드라마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 송강호의 안방 데뷔작 '삼식이 삼촌'이 베일을 벗는다. 길고 긴 빌드업으로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였음에도 디즈니+(플러스)의 또 다른 히트작인 '카지노'처럼 뒷심이 발휘될지 주목된다. 송강호와 변요한의 열연이 이를 상쇄했음에도, 극 초반 극적 재미는 다소 아쉬웠다는 평이다.
총 16부작인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각본·감독 신연식)은 15일 1~5부를 공개했다. 이후 매주 수요일 2회씩 베일을 벗으며, 오는 6월 19일 14~16회를 선보이며 마무리한다.
최근 취재진에 1~5회를 먼저 공개한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 분)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 분)이 만나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한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주'의 각본을 쓰고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조류인간' '프랑스 영화처럼' '1승' 등 영화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이다.
드라마는 1950년대 후반이 주요 배경으로, 엘리트 청년 김산이 삼식이 삼촌에 대해 회상하는 플래시백 구성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박두칠은 전쟁 중에도 자신의 식구, 친구, 친척 그 누구도 굶기지 않아 '삼식이 삼촌'으로 불린다. 그는 현재 차기 지도자 후보로 주목받는 국회의원 강성민(이규형 분)의 집에서 어린 시절부터 온갖 궂은일을 해내며, 오직 먹고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살길을 개척해 온 인물이다.
박두칠은 재계 순위 20위 기업인 모임 청우회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실현이 어려워지고, 강성민은 과거 자신의 과오를 알고 있는 동대문파 건달 윤팔봉(문종원 분)을 살해할 것을 종용하며 박두칠을 압박한다. 그러다 박두칠은 육사 출신의 올브라이트 장학생이었던 김산의 연설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국가재건사업'을 목표로 하는 그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접근하고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주변인까지 포섭하기에 이른다.
'삼식이 삼촌'의 극 초반은 상대의 욕망을 간파하고 읽어내는 남다른 '전략가' 기질의 박두칠 캐릭터부터 박두칠과 강성민의 분열과 갈등, 국가재건사업의 희망을 놓지 않는 김산, 그리고 박두칠과 손잡게 되는 김산의 모습까지 높은 밀도의 서사로 담아냈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와 경제 성장의 급속 변화 속 각자의 신념과 야망을 품은 이들의 시대극이면서도, 각 인물의 관계와 내면도 세심하게 풀어가려 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삼식이 삼촌'의 가장 큰 힘은 단연 '캐스팅'이다. 송강호가 데뷔 35년 만에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에 도전, 안방 데뷔를 치른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송강호는 '안방 신인'이지만 스크린을 압도하던 힘으로 '삼식이 삼촌'을 전면에서 끌어가고,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박두칠이 어떤 방식으로 '삼식이 삼촌'이라 불릴 수 있었는지, 또 김산의 꿈을 어떻게 이뤄줄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을 해소하지 않고 이어지는 캐릭터임에도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힘은 송강호여서 가능했다.
변요한 또한 송강호의 에너지에 밀리지 않는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자칫 이상만을 추구하는 현실 감각 없는 캐릭터로 비쳐질 수 있음에도, 탁월한 캐릭터 및 대사 소화력으로 들뜨지 않는 인물로 표현해 극에 밀착시켰다. 송강호가 '삼식이 삼촌'이라는 타이틀롤을 해내고 있지만, 변요한이 박두칠을 움직이고 국가재건사업이라는 프로젝트에 동참시키는 김산 역할로 이야기를 주도해간다는 점에서 상당한 비중과 존재감을 보여준다. 송강호와 더불어 극의 중심을 잡는 역량으로 연기력이 새삼 실감되기도 한다.
드라마의 단점은 예상되는 전개와 긴 빌드업이다.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국내 시청자 특성상 본격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인내심을 갖고 쌓여가는 서사를 지켜봐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어수선한 구성에 별다른 큰 반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가 밋밋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박두칠이 상대의 욕망을 읽는 탁월한 눈을 지녔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어떤 능력으로 김산의 꿈을 이뤄줄 것인지가 모호하고 캐릭터 자체의 선악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김산보다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낮다 여겨진다. 송강호의 연기력에 기댄 캐릭터가 언제까지 단점을 상쇄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삼식이 삼촌'은 '무빙'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는 디즈니+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16부작 중 5부만 취재진에 사전 공개된 가운데 초반을 상당한 빌드업으로 채운 만큼, 송강호를 안방에 오게 한 대본의 저력을 느끼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밥을 먹는 것조차 녹록지 않았던 때를 다룬 시대극을 통해 어떤 점이 소구될 수 있을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박두칠이 김산과 손을 잡으면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서사의 깊이를 고심했던 만큼, 안방에서의 드라마적인 재미도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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