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여성 이사 확대를 담보한 정책이 나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다양성 확대가 중요한 시대적 요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사회의 인적 다양성이 혁신과 평판을 바탕으로 기업 성과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가 있다. 다양성에 대한 효과는 이사회나 회사의 인재경영뿐만이 아니라 이미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해 모 언론기관에서 주최한 여성 리더스 포럼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마침 주제는 다양성이었다. 시사토론으로 유명한 방송인 김현정 CBS PD가 좌장이었는데, 그녀의 발언이 인상적이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그녀는 프로그램 제작회의를 할 때 다양한 구성원이 모였는지 본다고 했다. "엘리트들로만 모여서 한다고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할 때 다양한 관점과 경험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도움이 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요"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 조직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는 여성 사외이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상근으로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사내이사 증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여성 사외이사 증가로 인해서 여성의 경영참여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 기업의 여성 임원이나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확대되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정책이 도입돼 양성평등에 기반하여 노동시장 성 격차가 해소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노동환경이 조성되리라고 본다. 여성 사외이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점은 이렇듯 분명히 존재한다. 성효용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신입회원 워크숍에서 여성 이사의 역할은 일반 주주의 권익옹호를 넘어서 성별 다양성의 가치를 기업문화에 내부화하도록 확장되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짚어주었다. 아직 개선할 점도 많다. 여성 사외이사들의 직군이 남성 사외이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점, 대부분의 여성 이사들이 사외이사에 집중되어 있고 사내이사 증가는 정체돼 있는 점,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만 대상인 점이나 여성 최소 1인이라는 것은 구색 갖추기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향후 개선돼야 할 점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1인 선임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 사외이사 확대는 이제 첫발을 뗐다. 향후 이 제도가 여성 임원과 여성 CEO의 확대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 前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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