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3천명 증원 요청한 병원협의회 신상 터는 의사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5 20:03

수정 2024.05.15 20:03

소속과 직책 공개하며 테러성 협박
의견의 자유 방해하는 저급한 행위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에서 '의사 정원 어떻게 해야 하나?'란 주제로 열린 정책 & 지식 포럼에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에서 '의사 정원 어떻게 해야 하나?'란 주제로 열린 정책 & 지식 포럼에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 3000명 의견을 정부에 냈던 대한종합병원협의회(협의회)가 의사들로부터 신상 털기를 당하는 등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협의회가 공격을 받는 이유는 지난 1월 '매년 3000명씩 5년간 총 1만5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 요청에 따라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협의회가 정부안인 2000명보다 많은 인원을 늘려달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들은 커뮤니티에 협의회 회장과 부회장 등 임원의 소속 병원, 직책 등 신상을 올리며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협의회 회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회장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의 법 위반 사실을 제보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의사들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의사들을 공격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의사들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행동을 방해하며 인신공격까지 일삼고 있다. 어느 집단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 저급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협의회의 의견은 종합병원의 필수의료 현장에서 일할 의사의 인건비가 급증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 의대 증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협의회는 중소병원보다 크고 상급병원보다 작은 종합병원 40여곳이 속한 단체다. 병원에 따라 사정이 달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을진대 테러와 다를 바 없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종합병원들은 지방 병원들처럼 연봉 수억원을 제시해도 좋은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022년 기준 3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정부가 서울고법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사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이었다. 6년 새 44.7% 뛰었다. 가장 높은 안과 개원의의 평균 연봉은 6억1500만원이나 된다.

비급여 항목이 많은 일부 과목으로 쏠림 여파는 종합병원들에 미친다. 인건비 급증은 특히 작은 종합병원들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결국은 폐원하는 병원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고,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국민 눈높이로 볼 때 의사들의 수입이 과도한 문제는 의사를 늘려서 해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협의회의 의견 제출은 이런 사정으로 볼 때 충분한 근거가 있고, 정부도 이를 고려해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버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는 결론에 다시 이르게 된다.

의사들의 수입이 최근 급증한 이유 중 하나가 이른바 '실손보험 빼먹기'에 있다. 실손보험에서 보험회사들은 큰 적자를 내고 있는데 그 돈이 의사들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적자를 메우려고 보험료를 올릴 것이다.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건강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어 의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불합리한 현실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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