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임기 시작한 푸틴, 7개월 만에 중국 찾아 시진핑과 만나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양다리' 걸친 시진핑...균형에 집중
러시아 지원하지만 서방 압박 심해지는 상황에서 거리 둘 듯
초조해진 푸틴은 시진핑에게 더 큰 지원 원해
"무제한" 협력 과시했던 두 정상, 이번 회동에서 한계 드러낼 수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양다리' 걸친 시진핑...균형에 집중
러시아 지원하지만 서방 압박 심해지는 상황에서 거리 둘 듯
초조해진 푸틴은 시진핑에게 더 큰 지원 원해
"무제한" 협력 과시했던 두 정상, 이번 회동에서 한계 드러낼 수도
[파이낸셜뉴스] 이달 5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6일 “무제한” 협력을 약속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기 위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진핑의 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시진핑이 겉으로는 푸틴을 지지하겠지만 미국·유럽과 추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둔다고 내다봤다.
서방·러시아 사이 전략적 '양다리'
지난 2018년부터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시진핑은 미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밀착했다.
푸틴은 지난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러시아의 "무제한" 협력을 선언했다. 같은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전쟁이 길어지고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더욱 중국에 매달렸다. 푸틴은 이번 방중까지 합해 침공 이후 4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전쟁 이후 러시아 석유를 구입해 전쟁 자금을 보태는 한편 러시아에 필요한 각종 생필품과 산업 물자를 수출했으나, 무기 공급 등 서방과 직접 부딪칠 행동은 자제했다.
시진핑은 지난 6일 프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은 우크라 위기의 원인 제공자나 당사자가 아니며 협상 촉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의 션 딩리 국제관계학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중국은 러시아를 중요한 전략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푸틴에게 적절한 예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동시에 경제 및 그 이상의 이유 때문에 유럽·미국과 건강한 관계 유지를 원하며 이는 매우 어려운 균형 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시진핑과 푸틴이 우정을 과시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서로에게 가까운 지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NYT는 시진핑이 푸틴과 연대 때문에 점차 서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군수 산업과 관련된 해외 은행을 상대로 2차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달 프랑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몇몇 중국 은행이 러시아 고객과 거래를 중단하거나 늦췄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방중 기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로 가는 중국 제품을 언급했다.
그는 "해당 제품들은 더 많은 탄약과 전차, 장갑차, 미사일을 만들기 위한 러시아의 노력을 돕는 데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수입하는 공작기계의 약 70%, 초소형 전자 공학 제품의 90%가 중국산"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달 초 중국과 홍콩의 관련 기업 20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NYT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미국과 대적하기 위해 러시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양쪽을 모두 상대하는 '전략적 양다리'를 이어간다고 내다봤다. 과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했던 에반 메데이로스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 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입장에서 전략적 양다리는 생각보다 더욱 잘 작동하고 있으며 중국이 부담할 것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급한 푸틴, 시진핑 떠볼 수도
중국의 전략적 양다리는 러시아 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5선 임기를 막 시작해 중국에 의존하는 푸틴은 중국이 더 많은 도움을 주길 원한다.
양국의 교역액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2400억달러(약 323조원)에 달했으며 우크라 사태 이전인 2021년에 비해 64% 급증했다. 연간 정부 수입의 약 절반을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로 충당하는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 사태로 거래를 끊었지만 중국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2022년 대비 24% 늘어난 1억700만t의 석유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으며 이는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양이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액화석유가스(LPG) 800만t을 러시아에서 수입했고 이는 2021년 대비 77% 늘어난 숫자다. 미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나다니엘 셔 연구원은 세관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러시아에서 무기 생산에 '높은 우선 순위'로 투입하기 위해 수입한 물건의 89%가 중국산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미국이 지난달 약 반년 만에 우크라로 보내는 무기 공급을 재개한 상황에서 시진핑 마저 유럽 순방으로 서방과 대화를 시작하자 점차 초조해지고 있다. 시진핑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극복하기 위해 그나마 우호적인 유럽 국가들과 접촉중이다. 5년 만에 유럽 순방에 나선 시진핑은 지난 6일 프랑스에서 "중국은 유럽연합(EU)과 관계를 항상 높은 전략성과 장기적인 시점에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프랑스, EU와 관계가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날 푸틴은 전술 핵무기 사용 훈련을 지시했다.
지난 2021년과 2023년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던 푸틴은 15일 중국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푸틴이 이번 회동에서 시진핑이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지 시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6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푸틴과 시진핑이 이번 회동에서 깊은 '우정'을 보여주겠지만 양국 관계의 한계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SCMP와 접촉한 전문가들은 푸틴이 방중 기간에 양국의 무제한 협력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내다봤다.
15일 BBC는 자체 분석 결과 최근 중국 국영매체 러시아와 관계를 언급하면서 "무제한"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EIP의 자오 통 선임 연구원은 "비록 중국이 서방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핵무기 위협을 비롯한 러시아의 전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에 무제한 지원을 했을 경우 국제적 평판과 관련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략을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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