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
포시즌스가든·장미원 등 5곳 총괄
"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선사"
포시즌스가든·장미원 등 5곳 총괄
"식물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선사"
"식물만으로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있다고 느낄만한 정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놀이기구를 타러 왔다가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아닌 정원 자체를 즐기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때 직원들의 오랜 꿈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을 이끄는 이준규 그룹장(49)은 장미축제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람과 식물, 공간이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서 정원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시즌스가든과 장미원, 뮤직가든, 하늘정원길, 포레스트캠프까지 총 5개 정원의 기획·운영·관리를 총괄하는 그는 매년 한 가지 콘셉트를 정해 정원을 가꿔나간다. 이 그룹장은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라는 김용택 시인의 글귀를 모티브로 준비한 2017년 축제를 시작으로 성장하는 정원으로 가는 여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당시 에버랜드는 정원 울타리를 없애는 참신한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그는 "꽃과 사람이 단절된 채로는 아름답게 성장할 수 없고, 정원은 그저 큰 액자에 갇힌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다"면서 "정원이 성장을 멈추면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고객들 역시 성장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함께 성장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그는 기획 단계에서 '예쁜 정원이 아닌 즐거운 정원'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이 그룹장은 "어느 해는 시각적인 즐거움, 또 어느 해는 후각과 촉각, 활동성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즐거움을 만들려고 했다"면서 "운영 과정에서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정원 콘셉트는 '더 클래식 이즈 모어(The Classic is more)'다. 현대적인 디자인이 난무하는 정원계에서 보다 고전적인 패턴과 식재 방법을 통해 지나온 성장 과정을 짚어본다는 취지다.
이 그룹장은 "용인자연농원으로 개장한 1976년부터 지금까지 식물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서 정원을 만들어온 과정이 에버랜드가 간직한 유산"이라면서 "세계에서 가장 즐겁고 다양한 이야기, 즉 문화를 통해 100년 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정원으로 만들어나가는 일이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고객들이 어쩌다 한번 에버랜드 정원에 오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자주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야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과 더불어 자신의 성장을 눈과 마음으로 느끼며 정원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원은 똑같은 공간이라도 아침과 점심, 저녁, 맑을 때와 흐릴 때, 또는 비가 올 때 모두 신기할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시시각각 달라지는 정원의 다채로운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거나 장화를 신고 천천히 식물 사이를 거니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무척 낭만적이지 않나요."
이준규 그룹장은 성균관대에서 조경학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2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 입사해 조경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2011년 영국 유학을 결심, 에식스대에서 정원디자인 석사, 조경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에버랜드에 복귀해 꽃축제와 식물 교육, 수목 관리, 장미 육종 등 식물 관련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