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고 낸 의료계의 집행 정지 신청을, 2심 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복리, 즉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면 의대 증원을 멈춰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부는 국민 70% 이상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 '공감하지 않는다' 응답 78.7%
문화체육관광부는 14∼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신뢰수준 95% 최대 허용 표집오차 ±3.1%p)를 16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정원 2천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72.4%(매우 필요하다 26.1% + 필요한 편이다 46.3%)에 달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78.2%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50대(72.1%), 40대(70.1%), 20대(68.3%), 30대(67.8%)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를 소득 수준으로 나눴을 때 400∼600만원(73.1%), 600만원 이상(78.2%)에서 상대적으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아울러 이념성향으로는 보수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82.1%로 가장 높았고, 중도(70.9%), 진보(68.3%)에서도 70% 가까이 증원 필요성에 찬성했다.
의대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7%를 차지했다.
교수 집단행동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70% 이상을 웃돌았는데, 60대 이상에서는 84.8%로 특히 높았다.
특히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1.8%나 됐다.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8%, '동의한다'는 응답이 36.7%였다.
집단으로 사직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동의한 응답률은 20대(68.3%)에서 가장 높았다. 30대(55.7%)와 40대(54.2%). 60대(55.4%)에서는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50대(47.2%)는 절반을 밑돌았다.
'면허정지 처분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응답은 38.9%였다.
정부의 2025학년도 대학입시 의대 정원 50∼100% 자율 모집 조치에 대해서는 '잘한 결정이다'라는 평가가 51.4%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들은 보건의료 분야 위기의 심각성을 묻자 87.3%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다만 비상진료 상황과 관련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65.3%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가 있다"…정부 손 들어준 법원
16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과 수험생 등이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2천 명 증원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각하와 기각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3일 1심 법원은 신청인 모두에게 법률상 보호할 이익이 없어서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며 전부 각하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의대생'에 한해서는 의대 증원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의대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증원과 이해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소송 자격이 있다고 본 의대생에 대해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의대생들의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증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지 말아 달라며, 정부에 2천 명 증원의 근거 자료를 요청한 뒤 이를 제출받아 검토했다.
한편 의료계는 법원 결정에 유감이라며 대법원에 즉시 재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측은 재항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법원을 향해 각 의대가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31일 전에 결정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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