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선 한국상표·디자인협회 회장
최근 대기업과 많은 중견기업에서 최고지식재산책임자(CIPO)가 중역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 내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CIPO 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중역들에게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지식재산권 문제를 전체 기업 전략에 통합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식재산분야 글로벌 콘텐츠 제공기관인 IAM에 따르면, CIPO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는 지식재산권 소송과 라이센싱, 권리보호, 연구개발(R&D)과 전략적 계획, 금융, 시장 팽창 및 세계적 이슈에 대한 기술 경쟁력 등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역량을 모두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할 뿐 이런 인재를 양성하려는 노력과 투자에는 영 인색하다.
회사 내에서 한 사업부의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데 통상, 최소 약 10년이 필요하다. 그러면 한 회사의 CIPO를 키우는 데는 적어도 20년은 걸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법률전문가나 다른 회사 경력자를 외부에서 영입하여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지식재산업무를 관장하는 C-레벨(Level) 임원을 선임하는 것만으로는 그 기업에서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지식재산경영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적어도 이를 위해서는 CIPO가 기업경영전략과 특허전략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이러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식재산부서, 사업부서, 연구개발부서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특허관련부서는 기업 내에서 예산만 많이 쓰는 부서라는 인식이 팽배하며 간혹 법무부서와 대비할 때 업무 상하관계에 있기도 하고 최고경영자회의에 필참하지 못하고 참석하더라도 발언권이 크지 않다.
CIPO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내에서 IP부서가 특허출원 및 관리를 위한 경영지원조직이 아니라 기업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시키고 시장과 매출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괄하여 지식재산권(IP)의 관점에서 기업을 지키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용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국가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특허청은 '민관협력 IP(지식재산)전략지원 사업'을 통해 유망 IP창업기업을 발굴해 30개사를 선정, 투자와 특허 사업화 전략을 함께 지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기업 창업초기단계에서부터 IP포트폴리오 구축 및 IP 사업화 및 활용전략이 기업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흥망성쇠와 미래 경제·안보 경쟁력이 IP 전략에 좌우되고 있는 현재, 국가차원에서도 CIPO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인재를 키워야 한다. 정부와 기업 최고결정권자의 인식과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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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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