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R&D 예타 폐지로 기술혁신 전쟁서 이겨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9 19:49

수정 2024.05.19 19:4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대 흐름에 걸맞은 대책이라는 찬성과 동시에 예산낭비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R&D 예타 폐지는 최근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감안하면 적절한 조치다. 지금은 그야말로 기술혁명 시대다. 인공지능(AI)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서 R&D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더구나 기술을 확보한 국가가 안보와 경제를 지킬 수 있는 시대다. 각국이 자국의 기술확보를 위해 국가재정을 R&D 분야에 쏟아붓는 반면 한국은 낡은 제도에 발이 묶여 기술연구가 뒤처진다는 우려가 많다. 예타가 필요하나 신속성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적용되는 예타를 R&D 분야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관행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실제로 R&D 예타 제도 탓에 혁신 기술개발들이 게걸음을 하고 있다. R&D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국가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런 재정사업을 진행하려면 수개월에 걸친 예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양자 분야의 프로젝트 사업이 예타로 인해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한 혁신 기술연구가 낡은 제도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타 기준을 면하기 위해 일부러 500억원 미만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초기 과감한 투자가 요구되는 R&D 분야에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정도의 지원을 한다면 성과가 날 리 만무하다.

물론 R&D 분야의 예타가 폐지될 경우의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부실한 사업에 재정이 과다투입되거나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깐깐한 예타 검증 없이 진행될 경우 특정 집단이 주도하는 사업에 예산이 비정상적으로 쏠리는 문제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기술혁명 시대에 대비해 예타 폐지를 통해 R&D 역량을 높인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결국 기존 예타가 수행해온 깐깐한 정밀검증을 대체하는 동시에 사업의 사전·사후 검증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타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예타를 폐지하려 해도 국회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
R&D 예산 확대를 주장해 온 야당이 R&D 예타 폐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