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정말 정부 성향에 따라 결정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같이 반문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이 투표로 결정한다. 조금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는 노동계는 협상 테이블에서 일단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대한 많이 부른다. 반면 인건비를 줄여야 이윤이 남는 경영계는 동결 또는 삭감을 제안하는 '흥정식' 논의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안정, 경영계는 경영악화 등 노사가 주장하는 논리도 역시 매년 도돌이표다.
심의기간 내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다 정부 고시 시한(8월 5일)이 임박하면 노사 모두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나서 중재안을 내면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사실상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구조가 된 것이다.
차선책으로 등장하는 공익위원 안은 늘 논란거리다. 현재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인상률은 결정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체계 없이 정부 성향에 휩쓸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을 물가, 경제성장률 등과 연계해 전문적이고 예측가능한 산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독일·영국 등은 통계청이 제공하는 월별 임금현황(시급), 주당 평균소득 등을 지표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공익위원, 정부 모두 우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시 "매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대립 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앞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올해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공익위원을 방패 삼아 책임을 떠넘기고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논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맡기고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최임위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외국인 가사노동자 임금 차등 논의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앞으로의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게 더 건설적일 것이다. 내년에도 30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18명의 흥정에 따라 결정되는 모습을 또 보여줄 것인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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