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직접구매) 금지 방안 발표
비판 여론에 부딪혀…"확인된 제품 반입 차단" 선회
이커머스 업계 "다듬어지지 않은 정책…혼선 일어나"
"안전성 담보할 수 있는 통관 검수와 사후 제재 필요"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정부가 어린이 제품·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직구(직접구매) 금지 방안을 내놓은 지 사흘 만에 철회하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금지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던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유해 상품을 제재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는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KC인증은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분야별 인증마크를 국가적으로 단일화한 국가인증통합마크를 뜻한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어린이 용품 등에서 위해성 물질이 잇달아 검출되자 이를 의식한 정부가 제품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발표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싼값에 해외 직구를 이용하던 소비자들도 과도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전날 안전성 검사를 통해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선회한 입장을 발표했다. 생각보다 강한 비판 여론에 부딪히며 사흘 만에 정책을 수정한 셈이다.
역차별 해소를 기대했던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부분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로 잡겠다며 정책을 발표한 것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정책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다 보니, 혼선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통관 인원을 대규모로 늘리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실질적인 규제가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만 제한하는 정책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날 여론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뒤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전날 "KC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며 "의견 수렴을 했더니 이 부분은 좀 변화가 있어야 되겠다는 걸 수용해서 바뀐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이 지속해서 국내에 유입된다면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상품이라도 공식 유통사를 통해 들어오면 KC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 이커머스 등은 아무런 규제 없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며 "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관 검수를 강화하던지, 사후에 유해성 물질이 발견된 품목과 업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제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해야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장 해외 이커머스에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 같은 법 적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재와 규제는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해외직구 상품을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면역이 약한 유아동을 대상으로 한 완구제품과 놀이기구, 개인 이동형 장치 등 상품군과 살균제·살충제 등 생화학 제품류 등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아동 제품은 최근 발암물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생화학 제품의 경우, 심각한 신체상 위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제품만 선호하다 보면 안전성에 구멍이 날 수 있다"며 "인증 마크가 능사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 안전에 민감한 제품은 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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