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고가 가전제품 임대받아 싸게 처분... '렌탈깡'으로 26억 챙긴 조직 검거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1 18:17

수정 2024.05.21 18:17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단 관계자가 '렌탈깡' 사기조직 검거 사례를 발표하며 압수한 가전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유정기자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단 관계자가 '렌탈깡' 사기조직 검거 사례를 발표하며 압수한 가전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유정기자
렌탈업체로부터 고가 가전제품을 임대 받아 몰래 팔아버리는 일명 '렌탈깡' 수법으로 26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김기헌 총경)는 사기 혐의로 렌탈깡 조직 총책 A씨 등 44명을 검거했다. A씨를 포함한 5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으며, 나머지도 불구속 송치됐다.

A씨 등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00여개의 유령법인을 개설한 뒤 국내 유명 렌탈업체로부터 고가의 가전제품을 임대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처분하는 속칭 '렌탈깡' 수법으로 920회에 걸쳐 총 26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생활정보지를 통해 '내구제 대출' 희망자들을 모아 돈을 주고 명의를 빌려 법인을 세웠다.


내구제 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포폰을 만들거나 가전제품을 임대할 명의를 빌려주고 물건값 일부를 대가로 받는 것을 말한다.

명의 대여자 23명은 유령법인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렌탈 제품 판매대금 일부로 건당 30만~50만원을 배분받아 추가입건됐다.

지역별 총책 A씨 등은 범행 이전 유명 렌탈 업체의 위탁판매인이나 설치 기사로 위장 취업, 2~ 3개월 동안 일하며 법인 명의 렌탈 제품은 회수·채권 추심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총책·모집책, 명의 대여자로 나눠 순차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후 내구제 대출희망자 명의로 대표 이사·감사 등 직함을 번갈아서 임원 등기해 100여개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대량으로 고가의 렌탈 제품을 허위 주문한 다음 제품을 랩으로 재포장해 미리 임대한 창고 등으로 옮긴 뒤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중고 앱)에서 정상가의 50%를 받고 되팔았다.

1개의 법인으로 다수 렌탈 제품 계약을 체결한 후 물품을 재판매해 수익을 올리면 곧바로 범행에 이용한 법인은 해산 조치 하고 다른 법인을 이용 범행을 지속했다.

또한 불법적인 유통경로가 발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추기 위해 제품에 부착된 일련번호 바코드 스티커를 미리 제거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바코드를 제거할 경우 AS를 받기 어려워 소비자에게도 불편을 초래한다.

이들은 제품을 매입한 소비자의 의심을 피하고자 유명 렌탈 전문업체의 설치 기사 유니품을 입고 제품을 직접 배달하는 등 정상 유통되는제품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신제품을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파는 제품은 내구제 대출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이러한 제품을 구매해 계약 잔금 떠안기, 제품 강제 반납 등의 피해 사례가 증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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