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첫 경제수장 '반도체通'
韓, 선제투자 타이밍 놓치고 있어
韓, 선제투자 타이밍 놓치고 있어
승자독식 반도체 산업은 냉혹하다. 방심해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패권을 빼앗긴다. 21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한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반도체 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임명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기고, TSMC와 파운드리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업황 악화로 15조원의 최대 규모 적자도 냈다. 위기 때 압도적 선제투자에 뒤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사업 쇄신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반도체는 국가의 전략적 '선택과 집중'으로 확장됐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대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반도체 국가, 기존 대기업 중심의 성장모델 불패라는 자만에 빠져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36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경기 남부 반도체클러스터 구축 완료 시점이 2047년이다. 20여년 후로 느슨히 잡은 우리와 달리 미국·일본·대만·중국은 2030년 전후로 반도체 밸류체인을 상당부분 확장 가동한다. 이들 국가에 비해 정부 보조금도 없고 세금 특혜마저 적다면 이행 속도라도 빨라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SK하이닉스 용인 첫 공장은 전력·용수·폐수 처리, 인허가 문제로 5년째 지연되고 있다. 기업 말고 정부나 지자체나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32년 첨단공정 반도체의 한국 점유율이 31%에서 9%로 대만(47%), 미국(28%)보다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은 충격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상의 회장 자격으로 "대한민국,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가라고 물어야 할 때가 됐다"는 게 빈말로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정부와 국회는 입만 열면 반도체산업 지원을 약속하지만 아무런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당정이 국가전략기술 세제혜택을 담은 K칩스법 일몰을 연장하고, 공제 범위와 폭을 확대하는 등 전향적인 추가 대책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후속 절차를 철저히 점검하고 제동이 걸리거나 변수가 발생한 지점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즉각 해결해 나가야 한다. 10조원 이상의 민관 합동 펀드로 반도체 설비투자,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곧바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빠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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