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를 쥐어뜯고 싶다.” 간혹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세기의 커플’이라던 할리우드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도 머리채를 잡고 싸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국 그들은 사건 3년 후에 이혼했다.
심한 몸싸움 중에는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 강한 손아귀의 힘이 작용하면 한 움큼도 빠진다. 모발 밀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몇 올의 모발도 극히 소중하다. 한 움큼이 빠졌다면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두피의 통증 못지않게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극히 예민해질 수도 있다.
자연적으로 탈락한 모발은 뿌리 부분이 풍선처럼 매끈하고 부드러운 반면, 물리력이 가해져 강제로 뽑힌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은 매우 거칠고 날카롭다.
강박 장애로 인해 모발을 습관적으로 뽑는 발모벽(trichotillomania)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소아에게 주로 나타나는 발모벽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다. 불안, 긴장, 슬픔 등의 감정 조절 어려움 속에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긴장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 발모벽이 오래되면 불규칙한 모양으로 탈모가 진행된다. 특히 발모벽의 경우, 강제로 모발을 자주 뽑기 때문에 모근 주변 피부가 늘어나고, 염증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두피가 딱딱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강제로 뽑혔어도 모낭은 상당한 충격에도 모낭은 손상되지 않는다. 모발만 빠질 뿐이다. 모근은 모낭의 모유두에 결합돼 있다. 강제로 머리카락을 당기면 모근이 모유두에서 모낭과 분리된다. 그 결과 모낭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모발이 빠지면 새로운 모발은 평균적으로 3~4개월 후에 두피를 뚫고 나온다. 빠르면 2개월 무렵부터 나기도 한다. 이는 모발이식을 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1개월이면 이식한 머리카락이 빠지고, 3개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모발이 자란다. 이 기간이 모발의 발생기 또는 잠복기라고 한다.
만약 모낭이 손상되었으면 머리카락은 자라지 않게 된다. 설사 모발이 자라도 정상 모발보다 약하기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모낭 손상 여부 판별은 초정밀 사진 촬영과 3D스캐너 분석 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간이다. 모발이 잘 자랄 환경 조성 후 기다리는 것이다. 모낭이 튼실하면 결국 3~4개월 만에 새로운 머리카락이 솟아오른다.
일반적인 경우, 머리카락이 빠진 자리에 흉터가 없으면 모낭이 보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흉터가 있으면 모낭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때에는 모발이 뽑힌 자리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빠르고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머리채를 쥐어뜯을 상황’ 혹은 ‘머리채를 쥐어뜯길 상황’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다.
/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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