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21대국회에서 사실상 물건너 갔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장장 19개월간의 활동 끝에 '보험료율 13% 인상'이라는 합의점을 도출했지만 소득대체율을 결정하지 못한 채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22대 국회가 같은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선 여야 중진 의원들 의지와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주 중 여야 합의로 연금특위 회의를 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마지막으로 회의를 열어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완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금특위 여당 간사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수정안에 대한 답변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열자는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이었던 소득대체율 43%에서 44%로 입장을 틀어 이에 대한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5%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남탓하고 있다"며 "굳이 고집한다면 보험료율은 14%로 올려 5%p의 보험료율 인상을 각각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쪽으로 반씩 안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연금개혁이 불발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논의를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연금개혁은 정치다. 의지로 하는 것"이라며 "개혁안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해법은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도 의지가 부족해서 최종 결단을 못 내렸는데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실제 문 정부와 윤 정부에서 연금개혁이 불발된 과정은 판박이다.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연금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정부와 국회가 실무 작업을 통해 복수의 개혁안을 도출했음에도 결국 정부가 부담을 느껴 김이 빠지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비록 21대 국회가 최종 결론은 못 내렸지만 여러차례 회의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45% 정도로 좁혀놓은 상태에서 사실상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번 연금특위에서 일부 좁혀진 안마저 21대 국회가 끝남에 따라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연금특위 위원들 13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은 낙선·낙천자라 22대 국회에서 비슷한 선상에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연금개혁 논의가 다시 힘을 받기 위해선 22대 당선자 중 중진급 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은 최근 저출생·연금개혁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22대 개원 전부터 이슈를 주도하는 가운데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2055년 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젊은 층이 연금 가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기성세대가 보다 많이 부담하고 젊은 세대는 어깨를 가볍게 하는 연금 개혁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에서는 개혁신당이 연금개혁 문제를 지속적으로 꺼내고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21일 황 위원장을 예방한 뒤 "국민연금 개혁 같은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 미래세대가 정말 큰 빚을 지게 된다"며 "빠르게 연대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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