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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유가 전망… 원유ETN, 첫 상폐 나와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3 18:06

수정 2024.05.23 18:19

<대신 S&P WTI원유 선물>
WTI 선물가 한달새 5.3% 급락
전쟁發 유가급등 예상과 정반대
변동성 지속…개미투자자 주의보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국내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이 위태롭다. 예상과 달리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 중 하나가 상장폐지를 맞았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대신 S&P WTI원유 선물'이 지난 22일 상장폐지 됐다. 발행사(대신증권)의 신청에 따른 것으로, 지표가치(IV) 하락에 인한 조치로 보인다.
원유선물 상품으로는 올해 첫 조기청산 사례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초자산 가격 변동으로 △정규시장 종료시 실시간 증권당 지표가치(IIV)가 전일 종가 대비 80% 이상 하락 △종가 기준 IIV가 1000원 미만 △괴리율 100% 이상 등에 해당하면 조기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다.

수익률도 정·역방향 상품끼리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1개월 성과를 따져봤을 때 1배 혹은 2배 원유 ETN 15개는 전부 마이너스를 가리키고 있다. 반대로 14개 인버스 14개 상품은 3~7%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배럴당 81.90달러에서 77.57달러로 5.3% 내렸다. 당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다른 지정학적 우려로 원유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휴전 협상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 전망, 미국 원유재고 증가 등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문제는 휴전 협상이 어그러지거나 생산 등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원유가격은 언제든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고,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을 흔들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가격이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2일 기준 29개 원유 ETN 중 IIV가 1000원 아래인 상품은 3개다. 이들은 2020년 7월 거래소 상장규정 변경 이전에 나온 상품이어서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 IIV가 모두 1000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상장폐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1000원대와 2000원대는 2개씩으로 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ETN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발행사의 운용 성과와 관련이 없다.
ETF 순자산에 대응되는 ETN의 IV는 기초지수의 일일수익률에서 제비용을 제한 수치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신용을 담보로 제공할 뿐, 다른 노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발행사가 기초자산 등락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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