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최근 학교법인 경동대가 옛 동우대 설립 당시 헐값에 넘겨받은 속초 시유지가 대부분인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해 지역사회가 반발하는 가운데, 2022년 바뀐 교육부 지침이 사립대의 '합법적인 땅장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법인 경동대는 이달 초 학교 홈페이지에 옛 동우대 부지와 건물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매각 부지는 학교 용지 20만5977㎡, 노학온천지구 지정 부지 9만6413㎡ 등 30만2390㎡로, 예정 가격은 781억8300만여원이다. 건물의 경우 교사(校舍) 등 4만8574㎡, 예정가격은 73억4300만원으로 전체 매각 예정가는 모두 855억2600만여원에 달한다.
문제는 학교 부지의 절반 이상이 '교육 목적'으로 속초시로부터 '헐값'에 넘겨받은 시유지라는 것이다.
동우대 설립 당시인 1980년 속초시는 노학동 일대 시유지 18만1597㎡를 학교법인에 1억3050만3559원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1㎡당 718원, 헐값이었다.
계획대로 해당 부지가 매각된다면 40여년 전 매각가 대비 500배, 총금액 대비 800배 넘는 시세차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동대는 입찰공고를 내면서 "해당 부지와 인접 지역엔 2027년 동서 고속철 개통으로 KTX 속초역사가 들어서고 역세권 개발이 예정돼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동우대 설립 당시 '교육용 목적'으로 '노른자위 땅'을 헐값에 내줬던 속초지역 사회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속초시의회는 23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동대는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매입한 시유지를 재단 수익 확대에 악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속초시에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의회는 "속초시가 과거 대학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유지 76필지 18만㎡를 1억3050만원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며 "이는 당시에도 헐값이었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현재 금액으로도 10억원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거저 주다시피한 액수였다"고 말했다.
김명길 속초시의장은 "시유지 매각에 시민이 동의한 이유는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경동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자구책이란 미명하에 원주와 양주 캠퍼스로 학과를 이전했고, 결국 학교의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공고문을 띄워 속초시민을 분노케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학교법인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바꿔 매각할 수 있는 근거로는 2022년 개정된 교육부 지침이 결정적이다.
교육부는 2022년 사립대학의 교육용 토지와 건물 등 재산을 수익사업용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사학 재산관리 지침)'를 시행했다.
여기엔 대학들이 학교 부지를 활용한 수익 사업에 나서 재정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좋은 뜻'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은 점차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사실상 '폐교' 수순을 앞둔 일부 지방사립대엔 손해를 회복할 '마지막 타이밍'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동우대 사례처럼 대학 설립 당시 시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케이스가 다반사일 것으로 보여, 학령인구 감소로 운영이 어려운 전국 곳곳 사립대학에서 '동우대 사태 시즌2'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민섭 정의당 강원도당위원장은 "해당 지침이 존재하는 한 지역민을 기만하는 사립대들의 먹튀, 땅장사는 계속될 것"이라며 "교육부는 사립대 땅장사의 근거가 되는 교육용 재산의 수익용 재산 용도 변경 지침을 철회하고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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