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A 씨(34)는 지난해 8월, SNS를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암호화폐 등 고수익을 내건 조건에 제안을 수락했다.
일은 간단했다. 숨겨진 물건을 회수해 보관하다 다시 정해진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됐다. 그 물건이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마약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쉬운 일이었다.
물건은 주로 아파트 화단이나 건물 계단, 공원 화장실 등에 숨겨져 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28일 0시부터 새벽까지 인천과 수원 아파트 2곳 등 모두 3곳에서 화단 등에 은닉된 필로폰 약 60g을 회수했다. 회수한 마약은 직접 보관하다 지시에 따라 정해진 양을 지정된 곳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됐다.
이틀 뒤, 오전 1시부터 4시 사이 천안의 아파트 4곳에 필로폰 32.61g을 숨겨 뒀다. 은닉 장소는 회수 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화단이었다. 마약을 숨긴 뒤, 휴대전화로 촬영해 판매자에게 전송하면 일은 끝났다.
A씨는 같은 방법으로 8월부터 10월까지 필로폰 약 452g, 합성대마(허브액상) 3리터, 엑스터시 900정을 관리했다. 서울과 인천, 수원, 천안을 오가며 지시를 따랐다.
보관하던 마약 일부를 직접 투약하기도 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약 범행에 가담한 지 3개월 만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A 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경찰 수사에 협조했다. 필로폰 53.24g 등 분산 보관 중이던 나머지 마약류의 압수와 공범 검거에도 기여했다.
구속기소 된 A 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검찰이 청구하지 않은 추징금도 계산해 4250만 4000원을 추징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이유로 성명불상의 판매자 지시에 따라 대한민국 내에 마약류를 유통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량한 시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아파트 내 화단이나 공원 등에 마약을 은닉해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내 상당한 충격을 던져줬다"며 "무거운 책임을 부담케 해야만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가담 기간이 길지 않은 점,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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