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제계가 현행 상속세제가 한국 경제성장과 기업 공익활동, 밸류업에 부정적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주주 할증과세시 실제 상속세율은 OECD 38개국 중 1위에 해당하는 60%에 달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한국경제, 이대로 괜찮은가' 시리즈의 첫 주제로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현 상속세제는 부의 재분배보다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라며 "1996년 40%에서 2000년 50%까지 지속 인상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기업이 출연한 공익법인의 상증세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앞으로 수년 내 상속세제의 방향이 한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기업 경영자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79.5%, 중소기업(제조업)은 33.5%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수 비중이 클수록 민간투자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상속세수가 1조원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은 0.63%p 줄어든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투자는 정체되는 반면, 상속세와 증여세 징수액은 1997년 1조5000억원에서 2022년 14조6000억원으로 9.7배 늘어났다"며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투자가 더욱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상속세 인하는 기업 혁신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소에 따르면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혁신산업에 속한 기업의 가업상속세율을 30%p 낮추면 실질 GDP는 6조원 증가하고 일자리 3만개가 창출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상속세제가 기업의 공익활동을 저해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현행 상증세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주식 출연 시 면세한도를 5%, 그 외에는 10∼20%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주요 국가들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면 상속세를 완전 면세하는 것과 대조된다. 더욱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사실상 이중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밸류업에도 상속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대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현행 제도에서는 밸류업보다는 상속세 납부재원 마련이 최대주주에게 더 효용이 높다고 언급했다.
대한상의는 현행 상속세제가 경제주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경제왜곡'을 불러일으킨다며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OECD 평균 수준인 15%로 상속세율 인하가 필요하고,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과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등이 필요하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제 도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