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닫은 어린이집 대신 요양원… "노인촌 싫다" 곳곳서 반대 [저출산의 그늘 학교가 사라진다(3)]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6 18:38

수정 2024.05.26 19:48

어린이집→요양기관 10년來 194건
저출산·고령화에 전환 사례 증가세
지자체 노인 인프라 확충 계획 불구
주민들 ‘님비 현상’에 번번이 무산
#1. 송파구의 한 재개발 단지. 구청이 국공립 어린이집이 들어오기로 했던 기부채납 시설을 노인 체육센터로 변경하는 계획을 냈다. 구청 관계자는 "재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에 저출생 고령화로 보육시설 수요보다 노인시설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노인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당 계획을 반대했다.

#2.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에 실버케어센터를 지으려 했지만 주민들 반발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 2021년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실버케어센터를 요양시설 단독 건물이 아니라 키즈카페 등이 포함된 복합시설로 재추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삽도 뜨지 못하면서 시는 기본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인관련 시설을 추진하자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사업이 답보상태에 이르거나 백지화 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데다 고령화는 심화되면서 앞으로 요양원과 노인체육시설 등 고령자 관련 인프라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인시설에 대한 '혐오'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보육시설·예식장→노인시설

2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지난 2013년 4만3770곳에서 지난 3월 기준 2만8154곳으로 줄어들었다. 사립 유치원도 지난 2013년 4101곳에서 지난해 3308곳으로 줄었다. 이 중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주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받은 자료를 참고하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어린이집·유치원으로 운영되던 시설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194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가 점점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린이집을 다른 기관으로 전환을 돕는 전문 컨설팅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꾸준히 문의가 이어지는 편"이라며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조건과 노인요양기관이 유사한 부분이 있어 전환이 용이하다"고 전했다.

결혼 기피현상으로 예식장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예식장 수는 733곳으로 지난 2019년 890곳에서 2020년 828곳, 2021년 783곳에서 더 줄어들었다.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예식장이었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결혼식 진행이 어려워지자 문을 닫고 같은 자리에 노인요양병원이 들어섰다.

■ "지자체, '님비' 넘어설 대안 모색해야"

지자체들이 노인관련시설을 확충하거나 신설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발 현상에 대해서 예상 가능한 '님비 현상(NIMBY·Not In My Backyard)'이라 입을 모은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기 동네가 '노인촌'으로 비치기를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서울시에 이런 사례가 있다. 서울시는 실버케어센터를 송파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 앞 시유지에 건립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 등으로 재검토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65층 2400여 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에서도 기부채납 형태로 재가노인복지시설을 지으려는 시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인근 동사무소 공인중개사는 "주민들이 노인 시설이 아닌 복합 문화시설 등이 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시설이 가족들과 분리되는 순간 노인들은 공동체에서 분리되고, 관련 비용도 급증하기에 도심에도 노인시설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집값 하락 등의 문제로 무작정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데, 지자체 입장에서 주민들과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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