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정의 명확지 않은채
무조건 ‘돈 더 많이 내라’
세금 초과 부담 최소화를
무조건 ‘돈 더 많이 내라’
세금 초과 부담 최소화를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우리는 그동안 부자라면 무조건 세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소득에 대해서는 누진구조 소득세제하에서 더 높은 세율을 통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 부동산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금융자산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주식양도차익과세와 금융투자소득세(도입 예정)가 부자증세 대상이다. 상속세 또한 부자증세의 주요 수단이다.
오랜 기간 부자증세의 수단이 되어 온 소득세는 이제 그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밝혀졌다. 최고세율이 너무 높으면 부자들은 지금보다 더 벌어도 얻는 소득의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점에서 아예 더 버는 걸 포기한다. 더 벌더라도 더 버는 걸 되도록 속이거나 줄이고자 한다. 추가로 더 버는 것에 대해 더 내야 하는 세금 비율인 한계세율(marginal tax rate)이 지나치게 높으면 소득활동 자체를 중단하거나 자제한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최고세율을 높여도 세수입은 기대 이하였다는 여러 국가의 경험을 통해 실증적으로도 밝혀졌다. 그래서 미국은 1940년대 91%였다가 지금은 37%로, 영국은 1941년 99.25%였다가 45%로, 스웨덴은 1970년대 87%에서 57%(지방소득세 평균 32% 포함)로 떨어졌다. 우리도 1970년대 89%였다가 이제는 45%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부자증세의 전형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할 때 '부동산 부자를 힘들게 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반대하기 힘든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동안 학계에서는 종부세의 가격안정화 효과는 물론 부자증세의 목적인 부의 불균형 해소 기능도 미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부동산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통해 전가했다. 또 여러 채 부동산 가진 자들은 강남 같은 지역 집은 지키고 값이 덜 오를 지역 집을 팔았다. 결국 투기 막으려는 강남 집값을 더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대기업도 부자로 간주한다. 대기업도 사람처럼 부자로 인식하고서 기업에 법인세를 거둘 때 누진구조를 갖고 많이 버는 기업에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법인세율을 1968년에 52.8%까지 올렸다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1987년 34%로 그리고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로 낮췄다. 영국 또한 1970년대 52%였다가 2017년에는 25%로 낮추었다. 우리는 낮추는 추세가 박근혜 정부 때까지 이어져서 최고세율이 24.2%까지 갔다가 문재인 정부가 27.5%로 다시 인상했다. 지금은 다시 내려 최고세율 25%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법인세를 4단계 누진구조로 운영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기업은 세금 더 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 법인세 누진구조를 심화시켜서 기형적인 법인세 제도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 '사람' 부자보다 더 쉽게 세금을 전가하고 회피한다. 자신에게 부과된 법인세를 판매하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그리고 고용하는 근로자의 임금삭감으로 전가할 수 있다. 그리고 법인세 부담이 크면 그만큼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줄이면서 경제 전반의 비효율을 증대시킨다. 이를 세금의 초과부담(excess burden)이라고 한다.
22대 국회부터는 부자증세라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전문성을 갖고 부자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이들에 대한 세금의 적정 수준을 찾고,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의 초과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상식과 과학이 통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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