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하늘길 비상, 난기류 급증으로 인명피해
갑작스러운 난기류는 미리 감지할 수 없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난기류 발생 빈도 급증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흔들릴 수도
난기류 감지 네트워크 구축, 기내 안전벨트 규정 강화 전망
갑작스러운 난기류는 미리 감지할 수 없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난기류 발생 빈도 급증
앞으로 더 자주, 더 오래 흔들릴 수도
난기류 감지 네트워크 구축, 기내 안전벨트 규정 강화 전망
[파이낸셜뉴스] 최근 지구의 하늘 곳곳에서 덜컹거리는 항공기로 다치는 승객들이 급증하면서 주요국 정부를 중심으로 '난기류' 대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난기류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며, 최대한 빨리 포착하고 안전띠를 오래 매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갑작스러운 난기류, 사망자까지 나와
난기류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을 뜻한다. 만약 비행기가 하늘에서 이러한 흐름을 만나면 크게 요동치거나 급강하·상승할 수 있다. 영국 레딩 대학교의 폴 윌리엄스 대기과학 교수는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고도 10~12km 상공에서는 거의 지구 전역에서 난기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영국 BBC는 올해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매년 각국의 항공기들이 "심각하거나 그 이상의 난기류"를 만나는 빈도가 약 6만8000회라고 전했다. 미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 등록된 항공기에서 난기류로 크게 다친 승객과 승무원은 163명으로 파악됐다.
FT는 난기류가 폭풍 등 눈에 띄는 기상 현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항공기에 탑재된 기상 관측 레이더로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따로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대 18시간 이전에 앞으로 발생할 난기류의 약 75%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정 난기류는 맑은 하늘에서 발생한다. 이른바 '창천난류(CAT)'로 불리는 난기류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이미 난기류에 휩싸인 다음에야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난 21일 태국 방콕에 비상 착륙한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항공 SQ321편 여객기는 미얀마 상공에서 갑자기 난기류에 휩싸여 62초 동안 2차례 치솟았다 떨어졌다. 해당 사건으로 영국인 승객 1명이 심장마비로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난기류 사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 항공사의 경우 난기류에 따른 사망 사건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26일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이륙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향하던 카타르 항공 QR017편이 튀르키예 상공에서 난기류와 만나 12명이 다쳤다. 두 여객기가 겪은 난기류가 모두 CAT 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난기류 증폭
윌리엄스를 비롯한 레딩대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 연구 레터스’에 1979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난기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CAT 가운데 항공기를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타격을 받는 '심한 난기류'의 연간 지속시간이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5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스는 2022년에 미 CNN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행했고, 심각한 난기류가 향후 수십 년 동안 2배 또는 3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대서양을 비행할 때는 10분 정도 난기류를 만날 수 있지만, 수십 년 안에는 20분, 혹은 30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난기류의 평균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고 내다봤다. 이어 CAT가 2050~2080년에 급증한다고 전망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난기류로 발생한 사고에서 승무원들이 난기류에 휩싸이기 전에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한 사례는 전체 약 28%에 달했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26일 미 CBS방송에 출연해 난기류 증폭의 원인이 기후 변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이미 우리의 교통수단에 영향을 끼치지 시작했다"면서 난기류가 "국내외 미국인 여행자들에게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스 역시 FT를 통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와 열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난기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CAT가 지구 북반구 및 남반구 상공에서 지구의 대기를 섞어주는 '제트 기류'와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제트 기류는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온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빠른 공기 흐름이며, 최근 지구온난화 때문에 극지방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 CAT는 일반적으로 제트 기류 경계에서 자주 관측된다.
새로운 안전 대책 마련해야
부티지지는 "우리는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폭염으로 태평양 북서부의 케이블이 녹아내리고, 허리케인이 더욱 극단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며 "난기류도 15%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기후가 진화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정책과 기술, 사회기반시설도 이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는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카타르항공을 포함한 전 세계 15개 항공사들이 기존 장비로 감지하기 어려운 CAT 현상을 예측하기 위해 협력중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각 항공사의 항공기들 비행 중 확인한 수백만 건의 난기류 측정치를 수집 및 분석하여 CAT 발생 현황을 조종사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항공사들을 조율하고 있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스튜어트 폭스 비행·기술 운영 국장은 해당 체계가 "비록 이미 난기류 발생 지점을 지난 누군가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측정치가 전혀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BBC는 영국 스완지 대학에서 높은 고도로 날아다니는 새에 측정기를 부착해 난기류 지도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더욱 간단한 대책은 기내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FT는 현대 항공기의 경우 난기류를 만나도 기체가 파손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달 싱가포르항공 사고에서도 난기류 발생 당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승객들은 거의 다치지 않았다. 싱가포르항공은 24일 기내 안전 규정을 강화한다며 난기류 경고등이 울리면 승무원 역시 모든 식음료 제공을 중단하고 안전벨트를 매라고 지시했다. 미 비정부기구 세계비행안전재단(FSF)의 하산 샤히디 대표는 각국 교통 당국이 안전벨트 관련 규정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기류 발생 빈도가 높은 고고도 비행 시 기내 안전벨트를 항상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언급했다. 샤히디는 난기류 사고를 "안전벨트로 예방할 수 있다"며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한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확실히 일종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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