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통적인 굴뚝산업인 정유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전기차 대중화 등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석유화학, 친환경, 윤활유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올해 1·4분기 기준 연구개발비 집행액은 42억2300만원으로 전년 동기(28억2600만원) 대비 49.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정유업계는 R&D보다는 설비 투자에 집중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에쓰오일이 최근 R&D 투자를 확대한 것은 탄소 감축 기조,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유사업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발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에쓰오일은 현재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에쓰오일의 모기업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인 아람코가 한국에 초대형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비중은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핵심 연구·개발 단지인 TS&D센터를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준공한 바 있다. 이곳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윤활유, 서버나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주는 플루이드 제품에 사용될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TS&D센터 연구 개발 인력을 확충하고 센터를 운영한 비용이 반영되면서 올해 1·4분기 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R&D 확대로 미래 먹거리 준비에 한창이다.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4분기 연구개발비는 각각 219억7000만원, 63억600만원을 집행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25.8% 증가한 수치다.
GS칼텍스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개발을 통한 열관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표적 제품은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을 높이는 액침냉각유 'Kixx Immersion Fluid S'다. 액침냉각 방식은 서버, 배터리 등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선박유와 바이오항공유(SAF) 관련 실증연구도 진행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블루수소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발전, 청정 수소 제조를 위한 암모니아 크래킹 촉매 개발,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 소재 연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기술 실증에 성공했고, 계열사인 SK엔무브는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에 필요한 냉난방 겸용 냉매재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효율화와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수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한 충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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