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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전자투표 도입 늘면서 주주 행동주의 더 활발" [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7 18:49

수정 2024.05.27 20:40

대담 = 전철희 펜실베이니아 코먼웰스주립대학교 부교수
행동주의자도, 회사 경영진·이사회도 평판이 중요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
당연한 주주 권리이지만 회사 운영 방해한다는 시각도
한·일에선 외국계 행동주의로부터 기업 보호 주력
경영 투명성 강화·합리적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선
가치지향적 행동주의 촉진할 규제개혁 염두에 둘 만
올해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엔저 효과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영향도 있지만 주주행동주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주행동주의 여파로 외국인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업 재무 및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튜어트 길런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 경영대학 정교수와 일문일답을 했다.


스튜어트 길런 美 노스텍사스대학교 정교수. 스튜어트 길런 교수는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 재무 및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부수석 경제학자, TIAA-CREF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텍사스공과대학, 애리조나주립대학, 델라웨어대학, 조지아대학, 홍콩대학, 오타고대학에서 재직했다.
스튜어트 길런 美 노스텍사스대학교 정교수. 스튜어트 길런 교수는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 재무 및 기업 지배구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부수석 경제학자, TIAA-CREF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텍사스공과대학, 애리조나주립대학, 델라웨어대학, 조지아대학, 홍콩대학, 오타고대학에서 재직했다.

전철희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코먼웰스주립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로 있다. 텍사스공과대학에서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관심사는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네트워크 효과, 기업 성과, 크립토 시장 등을 포함한다. 마카오국립대학교에서도 재직한 바 있다.
전철희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코먼웰스주립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로 있다. 텍사스공과대학에서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관심사는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 네트워크 효과, 기업 성과, 크립토 시장 등을 포함한다. 마카오국립대학교에서도 재직한 바 있다.

―헤지펀드(HF)와 사모펀드(PE), 주주그룹 및 개인투자자 등 주주행동주의자 유형별 접근방식과 기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다른가.

▲HF와 PE 투자자는 목표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대표를 이사회에 선출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재정적 자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주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하며, 목표회사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변화점을 식별할 수 있는 경영·산업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관심 있는 주주그룹이나 개별 주주들은 보통 소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주주들의 투표 지원을 얻기 위해 주주제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경영진과 이사회에 압력을 가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제안이 보통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다수의 지지를 얻더라도 이사회와 경영진이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주제안에 대한 높은 지지는 큰 주목을 받으며, 회사가 변화를 도입하도록 압박을 가한다. 많은 개별 주주나 주주그룹은 임원 보수나 이사회 독립성 등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중점을 두지만 일부는 탄소배출량, 직원 다양성 등 환경·사회적 문제에도 집중한다.

―주주행동주의 요구에 직면한 기업의 가장 일반적인 대응은 무엇인고, 이러한 대응이 기업 시장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대응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일부 기업은 행동주의자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빠르게 행동주의자 대표를 이사회에 추가하는 데 동의한다. 논의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 행동주의자들은 언론을 통해 기업에 압력을 가하거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당국에 자신들의 이사 후보를 주주총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신청하는 등 더 공격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신주인수선택권(poison pill)이나 기타 방어전략이 주주 행동주의자의 행동과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신주인수선택권은 외부 주주가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고 일정 비율(미국은 15~20%) 이상의 지분을 축적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고안됐다. 회사가 특정 지분비율을 초과하는 주주를 제외한 모든 주주에게 새로운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초과하는 주주의 지분율과 그 가치를 감소하게 만든다. 신주인수선택권은 기업에 강력한 보호책을 제공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보호조치가 있더라도 행동주의자들이 변화시키려는 기업 정책을 성공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신주인수선택권이 있어도 궁극적으로 인수되는 기업도 존재한다. '주주 권리 계획'으로도 불리며, 잠재적 인수자가 이사회와 경영진과 협상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인수자에게 가장 좋은 가격을 얻을 수 있는 협상력을 제공한다.

―주주행동주의가 이사 선출에 미치는 영향은.

▲행동주의가 발생하는 특정 기업(및 국가·법률 환경)에 따라 다르다. 미국에서는 주주행동주의자의 명확한 승리가 있는 경우도 있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 경영진이 큰 차이로 승리하기도 한다. 행동주의자들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는 주주 기반, 대형 기관투자자의 존재 그리고 행동주의자가 가져올 수 있는 가치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또 기관투자자에게 투표 방향을 권고해 주는 회사(Proxy Advisory Firms)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가 기업의 전략 방향과 운영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로 학술연구는 행동주의 개입 이후 주주가치가 상승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나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행동주의자들의 개입이 공개되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시장 반응과 개선된 운영 성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가치 상승은 궁극적으로 인수되는 행동주의 목표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이 관찰되지만 운영 성과의 개선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초기에는 외국 행동주의자들의 성공이 제한적이었다. 법적·문화적 장벽이 외국 행동주의자들에게 큰 장애물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하에 일본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국내 기관투자자의 행동주의를 장려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변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이러한 개혁은 일본의 지배구조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전략도 진화했다. 초기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행동주의가 다소 적대적이고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다른 행동주의자들은 기업이 전략적 문제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하도록 접근하는 '관계 투자' 전략을 채택했다.

―주주행동주의 관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규제환경 차이점은.

▲어느 나라에서나 규제환경과 정치체제는 주주행동주의의 활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국가의 리더십이 변화하면 많은 규칙과 규정도 변경되며, 이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이 기업과 교류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두 나라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행동주의로부터 기업을 보호해왔다. 두 나라 모두 이사들이 회사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갖고 있으며, 복잡하고 상호 연결된 소유구조를 가진 기업그룹(한국의 재벌, 일본의 계열사(Keiretsu))을 오래도록 유지해왔다. 이러한 기업그룹은 두 나라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세계화와 외국인 투자 증가로 인해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압력이 증가했다. 실제 한국과 일본 모두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하고,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책임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투명성 증가, 외부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강화, 주주 투표를 촉진하는 개혁은 행동주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정치체제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한국의 문화적 요인이 공개적·비공개적 행동주의 요구에 대한 반응에 미치는 영향은.

▲종종 비공개 협상 접근법이 여러 국가에서 행동주의자들에게 성공적이었다. 비공개 행동주의는 기업과 경영진에 '체면을 살리는' 접근방식이며, 행동주의자가 기업 이사회 및 경영진과 우호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한다. 그러나 회사가 행동주의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일부 행동주의자들은 '부드럽게 말하되, 회초리를 들고 있어라(talk softly, but carry a big stick)'라는 접근방식을 취한다. 이는 이사회 및 경영진과의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더 공개적인 형태의 행동주의를 사용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형태의 행동주의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 주주제안 제출, 이사 선출에 도전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한국 주주들이 행동주의에 직면했을 때 투표 권한을 어떻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나.

▲이는 사례별로 다르다. 주주 기반이 행동주의자의 의견에 동의하면 기업의 개혁 압력이 증가한다. 특히 주주들이 행동주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할 의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행동주의자의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평판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이사회 및 경영진의 평판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행동주의자들이 캠페인에서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전자투표를 채택함에 따라 주주 투표의 역할과 기업 경영진에 대한 주주 압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주주행동주의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기업가치를 개선하려는 정교한 기관투자자의 주주행동주의는 긍정적인 가치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한국기업들에도 장기적으로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기업과 규제당국이 일본의 주주행동주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가치지향적인 주주행동주의가 가치를 더한다고 믿는다면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행동주의와 주주 투표를 촉진하는 규제개혁이 가치를 더할 잠재력이 있다. 동시에 규제개혁이 행동주의를 촉진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 행동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경영진의 회사 운영을 방해하고,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주의자들이 단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장기 주주들에게 최선이 아닌 결정을 내리게 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는 확실히 가능성이 있고, 규제개혁이 제안될 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관점이다. 기업들은 외부 주주들의 시각에서 성과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저평가된 기업은 가치지향적 행동주의자의 주요 초점이다. 또 기업들은 주주 기반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행동주의를 지지하는 동조 투자자의 존재는 행동주의의 가능성을 높이고 성공 가능성도 높인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정리=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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