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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주목 받아온 휴메인이 웨어러블 기기 ‘AI 핀(Pin)’ 흥행 실패로 벌써 회사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휴메인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SK텔레콤에는 어떤 영향이 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 버지 등에 따르면 애플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담당들이 독립해 세운 회사인 휴메인은 옷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AI 핀’을 4월에 출시했으나 부진한 실적으로 회사 매각 물색에 나섰다.
AI 핀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모바일 기기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3월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 등으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MWC 2024에서 SK텔레콤과 퀄컴 부스에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기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손동작으로 기기를 조작하며 디스플레이에서 프로젝터가 뿜어져 나와 벽면이나 손바닥에 큰 화면을 만들어내는 형태다.
하지만 AI 핀은 출시된 뒤 혹평을 받아야 했다. 스마트폰을 대체한다는 취지로 나온 제품이지만 부족한 앱, 느린 속도, 짧은 배터리 수명, 안 좋은 시인성 등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1890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해외 IT 유튜버 마커스 브라운리는 “지금까지 내가 리뷰해본 최악의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성능이 이런 데도 제품 가격은 699달러(약 95만원)에 매달 구독료 24달러(약 3만원)까지 내야 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휴메인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를 인수할 구매자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 삼성, 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흥미를 느낄 가능성은 적고, 중견 IT 회사가 기존 자사 제품에 AI를 도입하는 데 휴메인 기술을 활용하려 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확률조차 낮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메인이 사업 재편을 위해 추가 투자자금을 모으지 않으면 사업을 축소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휴메인과 MOU를 맺은 SK텔레콤은 다소 난감한 상황이 됐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와 임란 쵸드리 휴메인 창업자 등 양사 핵심 관계자들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MWC 2024 SK텔레콤 전시장에서 휴메인의 AI 핀의 한국 출시와 양사 간 다양한 협력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스마트폰이 아닌 새로운 기기를 통한 PAA 서비스를 위해 휴메인은 AI 핀에 SK텔레콤의 PAA 서비스 '에이닷'을 적용하고, SK텔레콤은 AI 핀의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통신 네트워크와 요금제, 유통망 제공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물론 MOU가 법적인 효력이 없는 경우 SK텔레콤에는 별다른 타격이 가지 않을 전망이다. 유 CEO은 지난 4월 2024 월드 IT쇼에서 AI 핀에 대해 “국내 출시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사정이나 전체적인 단말기의 어떤 매력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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