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10명 중 8명은 검색랭킹 보고 안 사...공정위, 쿠팡 'PB 의혹' 규제 실효성 논란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8 16:51

수정 2024.05.28 16:51



쿠팡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 예시 화면.
쿠팡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 예시 화면.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자체브랜드(PB)상품 밀어주기 의혹 조사가 규제 실효성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PB 상품을 알고리즘과 별개로 검색창 최상단에 노출해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온라인 쇼핑 소비자들 사이에선 "쿠팡이나 유통업체가 상위에 추천해준다고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고물가 상황에서 단돈 100원이라도 싸게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 검색필터를 이용해 최저가나 판매량순 등으로 비교와 검색을 수차례 반복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구체적인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9일과 다음달 5일 이틀간 전원회의에서 심사를 거쳐 쿠팡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공정위는 쿠팡이 상품의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정해 직매입 상품(로켓배송 등)과 PB상품의 검색순위를 고정 노출했으며, 이는 소비자 기만을 통한 부당 고객 유인행위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쿠팡에서 검색하면 PB상품을 1순위, 3순위 등에 고정노출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PB상품을 '쿠팡 랭킹순'으로 정렬한 상품 검색 순위에 포함되도록 알고리즘을 짰지만,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달 공정위의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며, 온·오프라인 불문한 모든 유통업체가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 측은 '쿠팡 랭킹순'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랭킹순'은 고객 선호도와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와 판매 실적 등을 종합해 쿠팡이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이와 별도로 '낮은 가격순' '높은 가격순' '판매량순' '최신순' 등 5가지 추가 검색필터를 이용해 원하는 상품을 찾는다. 네이버,이마트몰, 롯데마트몰, 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도 추천순, 낮은 가격순,판매량 순 같은 검색필터를 제공한다.

이에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오히려 커지는 형국이다. 주요 커뮤니티와 댓글에선 "어차피 유통업체는 싸고 인기 많은 상품을 먼저 진열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고 랭킹이 높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 "선택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고, PB상품이 위에 있다고 무조건 안 사고 위 아래 제품과 비교해 구매한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최근 1개월 이내 온라인 쇼핑 구매를 한 전국 20~59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구매행태와 PB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특정 쇼핑몰이 가장 상위에 추천하는 상품일지라도 바로 구매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79.7%는 "상위 순위에 의존하지 않고, 비교하고 구매한다"고 했다. 장바구니 쇼핑의 '큰 손'으로 분류하는 40대(77.7%)와 50대(86.6%)가 20대(75.6%)보다 많았다. 구매력이 높을수록 까다롭게 상품을 비교해 구매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국 성인 남녀(20~60대) 1만5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소비자의 71%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한다'고 대답했다. 가격비교(30.3%), 가성비(23.5%), 품질과 성능(23%)은 제품 구매를 좌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가성비 장바구니 품목을 먼저 소비자들에게 추천하고 보여주는 것은 업의 본질이지만, 가성비가 높은 검색 최하위 상품이 최상단 상품 판매량을 압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공정위가 명확히 입증하지 않으면 업계 전반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PB상품의 최상단 배치는 물론, 전반적인 인기 브랜드의 상품 추천이 유통업체 재량이 아닌 정부가 정하는 일률적인 규칙이나 방식을 도입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는 유통기업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로 소비자들이 정말 부당한 피해를 입었는지 누구나 납득할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PB상품은 특히 물가 안정에 적잖은 기여를 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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