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의 변심으로 삼성전자도 3주 동안 8만원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 1조20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많은 종목은 HD현대마린솔루션(1766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순매도 1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든든한 큰 손이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7조6143억원 가량 사들인 바 있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사자' 우위를 나타내왔다.
오는 29~31일 동안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외국인 수급은 7개월 만에 '팔자' 우위로 돌아선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지난해 10월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원대로 추락한 바 있다.
외국인이 이달 매도 우위로 접어든 건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다. 이날 외국인은 하루 만에 5661억원을 팔아치웠다. 전날만 해도 1133억원을 사들이며 기관(-797억원)과 개인(-473억원)의 순매도에도 홀로 주가 하락을 방어했지만 뒤돌아 선 것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산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7046억원을 사들였다. SK하이닉스도 압도적인 순매수 1위다. 기존에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개인이 SK하이닉스 주가를 매수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이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초기로 평가 받는 HBM 시장에서 1위인 SK하이닉스에 밀려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HBM 테스트 문제 해결을 토대로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부 결점이 발견됐더라도 고객사 엔비디아와의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5월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더 높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우위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HBM 시장 내에서 차츰 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강세 속에 HBM 공정 난이도 급증에 따른 공급 제약, 경쟁자들의 단기 추가 대응 여력의 한계는 삼성전자의 HBM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점증시키고 있다"면서 "고객사들의 AI 수요에 대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서는 HBM의 안정적 수급이 필수로 HBM 공급 부족은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 당위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선물에서 수급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날 외국인의 아시아 선물 급매수에 시총 1위로서 삼성전자가 반등에 성공한 것"이라며 "그동안 SK하이닉스는 롱(Long·매수), 삼성전자는 숏(Short·매도) 포지션이 갑자기 정리되면서 많이 오른 종목은 하락하고 많이 빠진 종목은 상승했다. 52주 신저가 부근을 헤매는 2차전지도 삼성전자와 동반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7만4000원에서 반등을 시도한 건 '찬 집'에서 '빈 집'으로 이동하는 정반합 턴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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