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 영업·배송 허용 행정예고
유통법 개정 미루는 국회와 대조적
유통법 개정 미루는 국회와 대조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이은 서초구의 두번째 규제 해소다. 앞서 지난해 대구, 충북 청주시 등이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폐지했다. 이번 영업시간 제한 규제 해소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서초구 내 대형마트는 온·오프라인 영업과 새벽배송을 한층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가 새벽배송 영업과 이용이 어려운 지방 중소도시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번 조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단행한 '역차별 규제 해소'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대형 유통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영업시간과 의무휴업 제한이라는 양대 '대못'을 빼버린 것이다. 국회는 전통시장 피해, 대기업 문어발 확장을 이유로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을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수년째 미루고 있는데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될 처지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법 개정을 미룬 이유인 골목상권 붕괴 우려가 현실이 됐을까. 그렇지 않다. 대구, 청주시 등은 일요일 의무휴업을 폐지한 이후 전통시장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서초구가 대형마트 3곳의 반경 1㎞ 내 소상공인·점주 등에게 물었더니 55%가 매출 변화가 없다고 했다. 30%는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그러니 부산 23개 구 등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비행태는 편리와 이익을 좇아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전날 저녁에 아침 찬거리 등 신선식품·식료품을 주문하면 새벽에 문 앞에 도착하는 서비스는 이미 일상이 됐다. 심지어 새벽배송 시장도 포화상태이고,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산 초저가 제품도 클릭 몇 번으로 직배송 주문해 하루이틀이면 손에 쥘 수 있다.
이처럼 유통 소비시장은 밤낮없이 24시간 돌아간다. 국경의 장벽도 사실상 사라졌다. 국내 유통채널 중에 온라인마켓 비중이 4월 기준 50%에 이른다. 규제에 묶인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 이탈한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흘러가지 않고 더 편리한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부분 이동한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은 12년째 그대로다.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가 이런 틈을 노려 훨씬 유리한 환경에서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우리는 기존 시장질서를 지키려다 타다와 같은 공유택시의 혁신에 실패한 바 있다. 유통시장도 이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22대 국회가 유통법 개정으로 변화와 혁신에 물꼬를 다시 터야 한다. 소비자 선택권과 국내 대형마트 역차별을 해소하고, 소상공인과 상생을 모색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유통산업 혁신이 내수 활성화와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윈윈하는 길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