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져오면 보고는 필수"…박용수 전 보좌관 증언과 배치
[파이낸셜뉴스] '돈봉투 의혹'으로 기소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재판에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캠프에서 부외자금을 받거나 살포한 사실을 송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9일 송 대표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이 전 부총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021년 3월 18일 이성만 무소속(당시 민주당) 의원이 100만원을 주며 '송 대표에게만 말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냐는 검찰 질문에 "당연히 보고했다. 당시 누군가가 돈을 가져오면 보고가 필수였다"며 "선거 캠프에선 (돈을) 가져온 사람들 의도나 목적이 분명해서 보고를 필수적으로 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이 200만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도 "서 의원은 말해 달라는 얘기도 안 했지만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든 선거 캠프의 불문율 같은 것"이라며 "캠프에 기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인데, 중간에 배달사고를 내거나 보고를 안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전 부총장은 같은 해 3월 30일 이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함께 지역본부장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나눠준 것도 송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송 대표가 2021년 6월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사업가 김모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씨는 경선 자금 명목으로 캠프에 5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 전 부총장은 "식사를 마치고 10여명 정도가 송 대표를 배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송 대표가 김씨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며 "서로 농담삼아 '좋겠다'며 김씨를 놀렸고, 김씨는 스스로 자신은 총알 담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송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씨는 지난 22일 재판에서 김씨로부터 받은 5000만원에 자신이 관리하던 부외 자금 1000만원을 더해 경선캠프 측에 전달한 것은 맞지만, 이를 송 대표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송 대표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6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민주당 의원, 지역본부장 등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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