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만, 의회 권한 강화한 법안 통과로 여야 충돌 커져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9 15:45

수정 2024.05.29 15:45

28일, 국민당과 민중당 의회 권한 강화한 국회직권수정법 통과
여소야대 구도인 대만 입법원(의회)이 28일 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총통 권한을 축소한 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타이베이 입법원 건물에서 법안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이 찬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뉴시스
여소야대 구도인 대만 입법원(의회)이 28일 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총통 권한을 축소한 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타이베이 입법원 건물에서 법안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이 찬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뉴시스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대만 입법원(국회)이 28일 총통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 권한을 확대하는 의회개혁법을 통과시키면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 사이에 격한 충돌이 벌어졌다.

29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의회개혁법 통과에 반대하는 집권 민진당 의원들이 '법안 반대'라고 쓰인 거대한 풍선을 입법원 회의장 안에 띄우는 등 강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라이칭더 정부, 국회로 법안 돌려보내고 헌법 해석 청원 예정

'국회직권수정법'으로 불리는 의회개혁법은 친중 성향인 국민당과 중도 성향인 제2야당 민중당의 협력 아래 103명 중 58명의 찬성으로 전날 밤 전격 가결됐다.

민진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 풍선을 국민당 소속인 한궈위 대만 입법원장을 향해 날려 보냈다. 법안을 '쓰레기'에 비유하면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 장면도 목격됐다.


라이칭더 총통의 대만 정부인 내각은 이 법안이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 분립에 위배될 수 있다며 다시 의회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의 궈야후이 대변인은 "대만 사회가 기대하는 합의가 아니다"라면서 "행정원은 절차에 따라 헌법 해석을 청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 민진당은 의회개혁법이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헌법재판소에 해석을 요청하도록 의원들을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 내각은 입법원이 법안 재검토 요구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법안 통과 둘러싸고, 여야 대결 속에 국회 밖 반발 시위도 확산

입법원 바깥에서는 이른바 '파랑새 운동'이라는 반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현장에서도 의회개혁법에 항의하는 풍선이 떠다녔다.

앞서 의회개혁법은 전날 밤 재석의원 103명 가운데 58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전체 113명 의원 가운데 집권 여당 민진당은 51명, 제1야당 국민당은 52명으로 절반을 넘기지 못한 상황에서 무소속 2명을 제외한 8명 의원이 소속된 민중당의 대부분의 의원이 국민당 편을 들면서 법안이 통과됐다.

커원저 민중당 주석은 "의회개혁법안 내용 대부분이 과거 민진당이 주장해왔던 것들에 기초한 것으로 대만 헌법을 훼손하거나 정부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해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대만 입법원을 통과한 의회개혁법은 라이 총통이 헌법 해석을 제안할 지 등을 결정하는 차후 절차를 거쳐 시행 여부가 확정될 전망이라고 대만 자유시보는 전했다.

행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의원과 의회 권한을 크게 강화한 의회개혁법은 앞으로 라이 총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총통의 국정연설 의무화, 의원의 기밀문서 접근권 확대

선택사항이던 총통의 의회 국정연설을 의무화하고 총통이 의원 질문에 답변토록 했다. 또 의원에게 기밀문서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공무원이나 민간인을 공청회에 소환할 수 있도록 해 입법원의 수사적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의 군사·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방비 지출을 포함한 정부 예산에 대한 입법원의 통제 권한이 커져 라이 총통의 집권 민진당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친중국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친미·독립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세력 국민당 간 경제·안보 이슈 대립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법안에서 보듯 앞으로 민중당의 캐스팅보트 파워는 더 커질 전망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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