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어쩌다 이렇게까지"..법안 주도권 싸움서 판판이 밀리는 與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9 17:14

수정 2024.05.29 17:14

野 1호 법안 '채상병 특검법' 재발의
與 "강행 법안 재의 요구 건의할수밖에"
정치권 "여야 역할 뒤바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4.5.29 kjhpress@yna.co.kr (끝)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4.5.29 kjhpress@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21대 국회가 여야의 출구 없는 정쟁 속에서 막을 내린 가운데 22대 국회에도 비슷한 구도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주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해야 하지만 정작 거대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수동적으로 방어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특히 22대 임기 중에는 차기 대선이 예정돼있는 만큼 야권은 정국 주도권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여당이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총선 승리로 막강한 권한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상징성이 큰 당론 1호 법안을 정부여당을 재차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그 외에도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차등 지원을 제안하는 등 정책 현안에 있어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론 1호 법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야당에서도 최근 기류가 반전된 1주택 종부세 폐지,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연금개혁, 금융투자세 폐지가 주요 추진 법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협상 전략을 고심 중이다.

이같은 모습을 두고 여권에서도 "여야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통상 국회에서 집권여당은 국정과제 법안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고, 야당이 관련 부작용 등을 따져 접점을 찾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민주당은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법안 주도권을 갖고 여당을 압박했고, 여당은 유일한 야당 견제 수단인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활용하는 데 그쳤다.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4월 총선 이후에도 연금개혁과 종부세 폐지, 민생지원금 등 주요 정책 어젠다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민주당 등 범 야권이 각종 특검법 등 처리에 단일대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당으로선 이를 막을 묘수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당초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 구현'을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도 현재는 야권의 입법 독주를 제어하는 수단이 아닌, 오히려 야권의 일방통행식 법안 처리를 사실상 용인하는 시스템으로 전락되면서다.

범 야권 의석 수가 192석까지 늘어난 22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에 보다 암울한 상황이 예상된다.
야권에선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까지 언급하는 등 공세 수위를 벌써부터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여권에선 하루빨리 정책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슈가 커지기만 한다"며 "민심에 어필하고 민생안정에 가까운 의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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