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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처리 → 거부권' 반복에 정국 파행… 여야 막판까지 "네탓"

전민경 기자,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9 18:10

수정 2024.05.29 18:10

정쟁으로 막내리는 21대국회
與, 폐기된 민생법안 책임 돌려
"민주 입법폭주로 논의도 못해"
野, 잇단 거부권에 강한 반발
"대통령 권한남용… 국힘 공범"
22대 국회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9일 여야가 주요 쟁점법안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펼치며 정면 충돌하는 등 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 정쟁으로 얼룩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민주유공자법 등 민주당 주도로 전날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된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 폭주 견제"라며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남용"이라며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與 "수적 우위만 앞세운 입법 폭주"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4월 22대 총선 이후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과 연금개혁을 두고 대치를 이어가면서, 계류 중인 법안 1만6000여건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거야가 여당과의 협치 없이 단독으로 입법폭주를 자행했다며 정국 파행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각 상임위 뿐만 아니라 본회의에서도 야권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무리하게 정쟁용 법안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기대는 또다시 입법 폭주에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며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도 "정말 필요한 법안이 있었다면 민주당이 의지만 가지면 어떤 법안이든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전날 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된 4개 법안(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법)에 대해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 여야간 합의도 없는 원내 1당의 입법적 폭거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비합리적인 졸속 입법에 대해 거부권으로 견제하는 행정수반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는 "거대야당의 일방독주에 따른 악법이 없다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없지만, 다수당의 수적 우위만 앞세워 일방 강행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강하게 건의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野 "국회가 신라시대 화백인가"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에서 합의된 게 아니면, 소수인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은 법안은 100% 다 거부하며 그걸 무기로 쓰라고 했다고 한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신라시대 화백인가, 만장일치가 아니면 결정을 못하나"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는 "직권 남용에 명백한 위헌 행위"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중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여 압박을 이어갔다. 이들은 대통령의 잇따른 거부권 행사는 국회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삼권분립 정신을 뒤흔드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특검법에 반대표결한 국민의힘도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일부터 문을 여는 22대 국회 개원 즉시 채상병 특검법과 전국민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함으로써 가지는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대통령도 국회의장처럼 당적을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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