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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개전 825일...美,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할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30 14:45

수정 2024.05.30 14:46

美 정부, 우크라가 미국산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 때리는 방안 검토중
불리한 전황 타개하려면 후방 공격 불가피
유럽에서는 잇따라 러시아 본토 타격론 흘러나와
푸틴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피해 생기면 서방에 보복 경고
지난 2017년 7월 29일 한국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군이 실시한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에서 주한미군의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이 발사되고 있다.뉴스1
지난 2017년 7월 29일 한국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군이 실시한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에서 주한미군의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이 발사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825일이 지난 가운데 우크라에 무기를 대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 후방을 겨냥한 우크라의 장거리 타격을 허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동맹들은 지지부진한 전황을 바꾸기 위해 후방 타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해 전쟁이 커질까 걱정이다.

러시아 타격 금지했던 美, 방향 바꾸나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미국산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개전 이후 꾸준히 우크라에 각종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했던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말라고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2022년 6월에 사거리 84km의 M142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건네면서 사거리 연장 개조를 불가능하게 막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같은해 5월 발표에서 "미국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로켓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방침은 미 의회의 혼란으로 지난 4월까지 약 6개월 가까이 우크라 지원이 멈추고, 우크라가 올해 들어 전선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은 우크라 전선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필요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보도에서 바이든이 이미 올해 2월에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공급을 승인했다며 사거리가 300km 달하는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이 벌써 우크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과거 우크라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지만 폭장량이 빈약한 무인기(드론)를 제작해 러시아 후방을 공격했으나,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이 도착하면서 타격 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지난 2014년부터 우크라 크림반도를 점령중인 러시아는 4월부터 이달까지 크림반도 상공에서 에이태큼스 여러 발을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9일 몰도바 키시너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부추기거나 도와주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동시에 “우크라는 자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우리는 우크라가 필요한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은 개전 이후 약 2년 동안 미국의 지원이 "조건이 바뀌고, 전장이 변하고, 러시아가 침략과 확전을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적응해왔다“며 "앞으로도 정확히 그렇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우리는 우크라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부추기거나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전장의 조건이 진화함에 따라 우리의 지원도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4일 러시아 스몰렌스크주 야르체보에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관련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 4월 24일 러시아 스몰렌스크주 야르체보에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에너지 관련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로이터뉴스1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링컨의 이번 발언이 우크라가 미국산 장거리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블링컨은 30일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들과 비공식 회동에서 우크라 지원을 논의해야 한다.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의 고전과 길어지는 전쟁에 더욱 예민한 상황이다. 오는 7월에는 미 워싱턴DC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4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에 지원하는 무기 사용에 대한 일부 제한을 해제해야 할지 숙고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러시아 본토의 군사 표적을 공격할 수 없다면 이는 우크라의 한 손을 등에 묶어두는 짓이며 우크라의 방어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8일 서방 지원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우크라에 미사일이 날아오는 지점을 공격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사실상 우크라에 무기는 주겠지만 스스로 지킬 수 없다고 말하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은 우크라가 영국에게서 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롤 타격할 권리가 있다고 암시했다.

문제는 러시아의 반응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이 우크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유럽, 특히 작은 국가들은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알아야 한다"며,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기 전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24일 나토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서방에는 완전히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하는 성급한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렐의 발언 역시 언급하고 서방의 무기 공급을 "비우호적 행동이 아니라 적대적 행동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9일(현지시간) 몰도바 키시너우의 변전소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몰도바 키시너우의 변전소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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