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36개월 합숙 대체복무…헌재 5대 4로 ‘합헌’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30 17:00

수정 2024.05.30 18:15

"복무내용 비교하면 복무기간이 징벌적이라 보기 어려워"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5월 심판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5월 심판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양심적 방역거부자에 대해 36개월간 합숙하며 교정시설에서 병역을 이행하도록 하는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대체역법) 및 시행령 조항에 대한 위헌 확인' 사건 청구를 기각 결정했다.대체복무제는 종교적 신념 등에 의해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이 비군사적 성격의 공익 업무를 하며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 2020년 도입됐다.

"징벌 가한다 보기 어려워"
이날 헌재가 위헌 여부를 따졌던 조항은 대체복무 요원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규정하는 대체역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1항과, 대체복무요원은 합숙하며 복무하도록 규정하는 같은 법 21조, 대체복무 기관을 교정시설 등으로 정한 시행령 조항이었다.


청구인들은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인데 반해 대체복무요원에게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 복무를 강제하는 것이 평등권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징벌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요원은 공익 분야에 복무하지만, 군사적 역무에는 배제되는 반면, 현역병은 군사적 역무를 기본으로 한다”며 “군사 훈련에 수반되는 각종 사고와 위험에 노출되고 특히 전시 등 국가 비상사태에는 대체복무요원과 복무 강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복무 내용을 비교할 때, 복무기간의 차이가 대체역 선택을 이유로 징벌을 가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헌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군사훈련이 없는 대체복무요원에게 신체등급별로 복무기관을 달리 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현역병보다 복무기간이 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현역병들은 군사훈련을 기본으로 해 보직에 따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수고와 인내력이 요구된다"면서 "이에 견줘 대체복무요원은 무기를 취급하지 않는 등 특별한 배려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합숙 조항에 대해서는 현역병들도 원칙적으로 군부대 안에서 합숙복무를 하므로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대체복부 지나치게 길어" 반대 의견도
이종석 헌재소장(재판관)과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복무기간은 복무 난이도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대체복무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설정해 대체복무 선택을 어렵게 한다면 대체복무는 사실상 징벌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교정시설 복무에 대해서도 이들은 “대체복무 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것은 대체복무 선택을 억지하는 측면이 있고, 대체복무가 공익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각계 의견을 토대로 여러 정책적 대안을 숙고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체복무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