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반도체 어려움 절감"
초일류기업 신화 재현 뛰어야
초일류기업 신화 재현 뛰어야
최근 삼성전자 내·외부 환경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위기의식은 이미 표면화되었어야 한다. 전 부문장에 대한 인사는 원포인트 방식으로 단행되었다.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삼성이 검증된 전문가를 수장으로 내세워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그야말로 리스크의 지뢰밭에 놓여 있다. 사업 역량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열세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으로 연간 14조88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최근 급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뺏겼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도 고전 중이다.
더욱 심각한 건 내부 조직문화에 균열이 보인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무노조 경영을 표방해온 삼성전자에서 노조의 파업선언은 충격과 같다. 전삼노는 조합원 2만8000여명에게 다음 달 7일 연차를 사용할 것을 지침으로 전달했다. 자칫 반도체 생산라인이 셧다운될 수 있다. 조직 기강이 해이해져서인지 현장 내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방사능에 피폭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흥사업장 어린이집 신축공사 현장에선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신화를 되찾기 위해 전 부문장이 취임사에서 던진 메시지는 두 가지다.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다시 뛰자는 것,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가자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핵심은 '끊임없는 위기의식'에서 가장 먼저 앞서 나가는 것이다. 이른바 초격차다. 초일류기업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회복 탄력성도 요구된다.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조직문화로 초격차 신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사태 수습에 치중한 방어전략으론 현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삼성 스스로 혁신의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고 반도체 위기는 민간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 간 반도체 전쟁은 국가 존립을 좌우하는 대리전이기도 하다.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 간 원팀이 필요한 이유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