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전문직 서비스 플랫폼과 기존 업계간 갈등이 확산 일로에 있다. 2021년 시작된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이번엔 세무 플랫폼 '삼쩜삼'이 도마에 올랐다.
'삼쩜삼'은 세금 신고·환급 서비스 플랫폼이다. 지난 2020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5월 29일 기준 누적 가입자가 이미 2000만명 이상이고 누적 환급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세무사회가 바짝 긴장할 만하다. 최근 갈등은 세무사회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장광고·탈세조장 등을 이유로 삼쩜삼을 관계 당국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삼쩜삼이 업무 확장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건 당연히 용납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플랫폼 서비스와 기존 직역단체 간 다툼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간 갈등과 닮은 이유이기도 하다.
로톡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비화됐을 당시의 여론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원만한 사태 봉합과 향후 혁신 플랫폼의 등장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서 이러한 일들이 재발하고 있다. 세무 서비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전문직 서비스 영역 어디에서도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야말로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 논쟁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사실, 기존 업권의 종사자들은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을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 기존에 갈고 닦아둔 사업 환경이 흔들리고 새로운 경쟁자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욕구는 끊임없이 바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하여 국내에서 새로운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 진입을 막아보아야 소용이 없다. 국내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업권에서 내부 혁신을 단행해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게 맞는 일이다.
특히, 플랫폼의 약진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다양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법률시장에선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변협과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로톡과의 갈등에 이어 AI법률서비스를 둘러싼 새로운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리걸테크(법률+기술) 혁명은 예측 불허다. 오히려 기존 법조계가 미래 먹거리로 적극 참여하는 게 현명한 대응 방법이다.
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기존 업권이 오히려 자기 혁신과 소비자 편익 제고라는 관점에서 시장 변화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제도적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리걸테크 관련 법안들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판이다. 기술혁명을 간과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다간 기존 업권의 위기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을 해외 기업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안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