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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메일도 회사가 지켜본다고?"…강형욱 메신저 논란에 불안한 직장인들

뉴시스

입력 2024.06.02 08:30

수정 2024.06.02 10:53

메신저 이어 업무용 이메일·클라우드 모니터링 권한 적정성 논란
"지켜보는 줄 몰랐다. 사적 감시? vs "엄연한 회사 귀속 자산, 사적 활용이 문제"
전문가들 "사전동의·감사 명확한 기준 세워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직장인 A씨(31)는 강형욱 논란 기사를 읽으면서 순간 당황했다. 회사에서 쓰는 업무용 메신저에 관리자 모드로 직원 대화 내용과 송수신 파일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 기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다 보고 있었던 거 아냐?" A씨는 가족·친구들간에는 카카오톡으로 메신저를 주고 받고 회사 직원들끼리는 업무용 메신저로 소통했다.

A씨는 "아무리 업무용 메신저라 해도 직원들 간 회사나 상사 지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때도 있었는데, 회사에서도 누군가 이 대화를 지켜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순간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무용 메신저를 쓰게 할 때부터 임직원들에게 충분히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 부부가 보듬컴퍼니 직원들의 업무용 사내 메신저를 무단으로 봤다는 전 직원의 폭로와 이에 따른 강씨의 해명이 나오면서, 업무용 메신저(협업툴) 열람권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용 메신저는 카카오톡, 라인 등 일반 사적 메신저 프로그램과 달리, 기업에서 유료로 구매해 도입한 기업 업무용 메신저를 말한다. 네이버웍스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웍스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서비스하는 업무용 협업 프로그램으로, 메신저 기능을 기본으로 영상통화와 이메일, 캘린더 공유 등 사내 직원들 간 협업을 돕는 소프트웨어다.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은 관리자 기능이 탑재돼 있다. 가령, 네이버 웍스에도 유료 버전에 한해 직원들이 게시판, 메시지, 메일 등에서 활동한 내역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파일을 올리고 내렸는지 관리자 모드로 확인할 수 있다.

◆ "회사 메일로 카드 통지서 받아봤는데 회사에서 본 거 아냐"

쟁점은 업무용 메신저로 직원들 간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을 회사 관리자가 보는 게 합당하느냐 여부다.

일각에선 "기업에서 도입한 메신저는 당연히 업무용으로만 사용해야지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리 업무용 메신저라 하더라도 명분 없이 감시하듯 대화를 열람한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며 사전 동의와 목적 없이 대화를 엿봤다면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한다.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만의 문제일까. 직장인 B씨(36)는 얼마 전 사무실 동료가 영업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업 법무팀의 감사를 받은 일을 두고 놀란 적이 있다. B씨는 "퇴근 후 집에서 추가 작업할 게 있어 회사 메일에서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영업 자료를 보냈는데, 발신 즉시 법무팀에 통지됐다고 한다"며 "기업 정보유출 방지 목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회사 이메일 내용을 낱낱이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화들짝 놀랐다"고 말했다.

B씨가 다니는 직장처럼 모니터링 기능이 탑재된 업무용 이메일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들이 적지 않다. 회사의 기밀·영업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만약 회사의 핵심 기술·영업 정보와 관련된 키워드, 파일명이 외부로 발신될 경우 이를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사내 관리자가 이메일 목록과 송수신 내역을 일일이 확인 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문제는 관리자가 이메일을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을 임직원들에게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에 다녔던 C씨(40)는 지난해 해고 당한 날 아침을 잊을 수가 없다. 간밤에 해고 통지를 이메일로 받고 다음날 회사 클라우드에 들어가려 했는데 아예 접속이 차단돼 있었다고 한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있느 직원들과 찍었던 워크숍 사진과 개인 메모들을 챙기고 싶다고 통사정했지만, 사측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C씨는 "하루 아침에 해고될 줄은 상상도 못했고, 컴퓨터를 쓰다 보면 개인적인 사진과 글들도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규정만 들이대는 게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직원은 회사 귀속 자산임을 인지해야…회사는 사전에 동의 절차 있어야

전문가들은 임직원들은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사내 메신저·이메일·클라우드 시스템도 회사의 귀속 자산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정보보호 유출이나 사내횡령 사고 등 중대한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가 업무용 메신저·메일 시스템 뿐 아니라 그 내역도 얼마든지 감사할 권한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의 특성상 부지불식 간에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 등에 사적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향후 이로 인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사측도 이들 자산의 활용 내역 등을 감사할 수 있음을 대상자들에게 충분히 사전 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감사 행위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고, 그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감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 컨설턴트 출신 조아영 오내피플 대표는 "직원들의 메신저 내용을 열람하는 등의 감사행위는 영업기밀 유출 등 사내 이슈에 따라 불가피한 상황에 따라 수행하는 경우"라면서 "이마저 영업기밀에 대한 사전 정의, 그리고 문제시 회사가 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안내 등 확실한 명분 위에 감사 기능이 수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020년 코로나19확산에 따라 내놓은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에서도 근로자가 동의 시 재택근무지 영상 정보·PC 접속 및 사용 정보를 수집해 회사가 PC 접속 기록으로 출퇴근을 확인할 수 있다고 명시한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하나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기업의 귀속 자산에 대한 관리 재량권과 근로자 사생활 권리 범위가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횡령, 정보유출 등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에 부합하는 게 아니라 별다른 목적 없이 상시적으로 열람하는 경우라면 도의적 비판을 받을만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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