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특검법안...수사대상, 야권공조 강화
여소야대 정국, '윗선' 향하는 공수처 수사 변수
여소야대 정국, '윗선' 향하는 공수처 수사 변수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 했다.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최근 수사과정에서 녹취파일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며 속도를 냈지만 야권은 '특검 속도전'을 밀어부치는 상황이다. 특검법이 조속히 통과될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특검 수사로 전환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화된 22대 채상병 특검법...수사대상·야권 권한 확대
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지난달 28일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이 부결 처리돼 폐기되자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1호 당론으로 특검법을 재발의한 것이다.
민주당은 특검법안을 재발의하며 기존 안보다 내용을 보강했다. 먼저 수사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기존 안이 정한 특검 수사 대상은 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이와 관련한 대통령실, 외교부, 법무부, 공수처 등 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에 관련된 불법행위 등이었다. 수정안은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자체를 명시했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외압 의혹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 기존안에서 더 나아가 사망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 권한도 특검에 쥐어준다는 얘기다. 새 특검법안은 수사 대상에 명시된 기관들도 대통령실뿐 아니라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넓혔다. 특검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특검 임명 절차는 범야권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기존엔 교섭단체에 추천권을 줬지만, 수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의 추천권을 명시했다. 수정안은 대통령이 야권의 추천 후보자를 받고 3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추천 후보자 중 연장자를 임명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VIP 격노 물증', 통화내역 등...'윗선' 수사 불가피
한창 수사중인 공수처 입장에선 야당의 특검 추진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수처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사 마무리 여부가 공수처의 실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특검 여부를 떠나 공수처의 수사가 대통령실 등 윗선을 향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 역시 지난달 28일 특검법 부결 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공개된 통화기록에 따르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2일 세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시점이다. 이른바 'VIP 격노설'도 구체화하고 있다. 공수처는 핵심 피의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해병대 간부들과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수처는 이를 토대로 해병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공수처가 수사를 끝내더라도 특검이 강행될 가능성은 크다. 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다시 한번 행사하더라도 국민의힘 이탈 표가 8표만 나오면 재의결이 가능해진다. 21대 국회에서는 17표의 이탈 표가 필요했었다. 특검 강행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의혹에 어디까지가 개입됐고,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실까지 올라가지 않겠나"며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공수처 입장에서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과 박 전 단장을 재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보다 촘촘히 구성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아직 그런 부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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