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두 달 연속 증가세
지난 2021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
지난 2021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
[파이낸셜뉴스] 가계대출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한 달 새 5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주택 매매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불어난 동시에 신용대출까지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기업대출 역시 5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대출 잔액은 800조원을 넘어섰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702조7020억원으로, 4월 말(698조30억원)보다 4조6990억원 불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3월 2조2238억원 줄어든 뒤 4월과 5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 역시 전월(4조4346억원)보다 확대됐을 뿐 아니라, 지난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45조6111억원)이 4조6208억원 늘었고, 신용대출(103조1260억원)도 321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모두 두 달 연속 늘어났다.
가계대출이 불어나는 배경으로는 주택 매매 증가세가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해 12월 2만6934호에서 1월 3만2111호, 2월 3만3333호, 3월 4만233호, 4월 4만4119호로 꾸준히 증가했다.
주택 매매 거래량은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주는데, 지난 4월부터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이 은행 재원으로 상당 부분 공급되고 있는 점도 잔액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등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은 통상 연초에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은행들이 올해 수익성 확대를 위해 기업대출 공급을 늘리면서 기업대출 잔액도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됐다. 5대 은행의 지난 30일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802조1847억원으로, 4월 말(796조455억원)보다 6조1392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일시적으로 1조6109억원 감소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로, 올해에만 34조8708억원 불어난 수치다.
대출 종류별로는 중소기업 대출이 한 달 새 2조3970억원(644조8235억원→647조2205억원), 대기업 대출도 3조7422억원(151조2220억원→154조9642억원) 늘어났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부채 상환 능력이 낮은 한계기업이 속출하면서 기업부채 건전성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단순 평균)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4분기 말 0.31%로 소폭 상승한 뒤 올해 1분기 말 0.35%로 뛰었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재차 집중되지 않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계기업이 부채를 통해 연명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과도한 금융지원을 지양하고 적절한 신용평가 등을 통해 회생 가능성에 기반한 신용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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