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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 하반기 경기흐름 변수로 떠올라 [산업지표 개선에도 내수 냉랭]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2 18:10

수정 2024.06.02 18:10

생산·수출 개선에도 내수 하향곡선
고물가에 소매판매·설비투자 감소
소비부진에 성장 모멘텀 둔화 우려
소비·투자여력 고갈 막을 전략 필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 하반기 경기흐름 변수로 떠올라 [산업지표 개선에도 내수 냉랭]
가공식품·음료 가격 줄줄이 인상 6월 들어 초콜릿과 콜라·사이다, 김, 간장 등 각종 가공식품과 음료,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가공식품·음료 가격 줄줄이 인상 6월 들어 초콜릿과 콜라·사이다, 김, 간장 등 각종 가공식품과 음료,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하반기 경기흐름의 핵심 변수로 내수가 부상하고 있다. 4월 산업생산은 한달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5월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1.3% '깜짝 성장'에 이어 산업 관련지표 개선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4월 소매판매 등 내수지표들은 마이너스다. 물가흐름도 여전히 불안하다.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소비부진에 따른 성장모멘텀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2일 '한국 2·4분기 GDP 성장모멘텀 약화 우려' 보고서에서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이 같은 시각을 전했다.

■하향곡선 그리는 내수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은 증가, 소매판매(소비)·설비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1%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다 3월 2.3% 급락한 후 다시 증가세 전환이다. 자동차는 8.1%, 화학제품은 6.4% 생산이 늘었다. 3월 산업활동 발표 당시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문은 성장세가 미약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생산 증가세가 강했다. 5월 수출 또한 11.7% 증가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4월 산업활동은 3월의 일시적 조정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재개했다"고 분석했다.

산업 전반에 온기가 퍼지고 있지만 내수는 하향곡선이다. 올 1·4분기를 지나면서 꺾이는 모습이다. 고물가, 실질소득 감소 등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의 '4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금상승률이 인플레이션에 못 미치면서 올 1~3월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1만1000원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1.7% 줄었다. 근로자 실질임금은 지난 2022년부터 줄었다. 2022년 -0.2%, 2023년 -1.1%였다. 올해까지 줄면 3년째 감소다.

■억눌려 있는 소비여력

올 하반기 내수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구매여력이 개선될 환경이 조성될지 미지수여서다.

우선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HSBC는 "가계의 이자지급액이 2021년 총소득의 약 4.4%에서 2023년 7.3%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속된다면 억눌린 소비여력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HSBC는 이와 함께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건설기성이 전월 대비 5.0%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단기 내 건설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올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수요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3%대 안팎의 '끈적한' 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실질소득 개선 여지도 높지 않다. 소비자의 구매여력 개선은 더욱 제한된다는 의미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미래 대비를 위해 소비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IB 바클레이스는 "산업생산 증가에도 민간소비 등 내수가 부진해 1·4분기의 강한 성장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판단(2024년 2·4분기)' 보고서에서 소비회복 지연을 예상했다. 준내구재, 비내구재, 내구재 소비가 모두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구재가 올 4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감소한 것은 가계의 구매여력이 회복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내구재를 대표하는 승용차 판매는 같은 기간 7.2% 줄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 투자여력 고갈을 막기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기조로의 전환과 민생활력 제고를 위한 재정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경제파급력이 큰 건설업의 경기 급랭을 방지하는 등 경제심리 안정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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