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의 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자신의 책무를 이같이 정의했다. 미국 정책금리 인하 시기,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진 '초불확실성'의 시대 금융사들의 리스크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대체투자, 외화로 맺은 계약 등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에서는 거시경제 리스크가 개별 상품·서비스 등 미시정책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최고경영자(CEO) 차원에서 살피고 있다. 홍콩H지수 리스크 예측 실패가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행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반기 중 내리고, 일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당초의 예상이 빗나가는 초불확실성 시대를 금융사들이 리스크관리 수준과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영업 일선에서는 특정 상품 판매를 통한 단기실적 제고가 여전히 우선순위다. ELS 판매 과정에서 C레벨이 참여하는 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가 형해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축제 중에 음악을 끄더라도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리스크관리·소비자보호 부서는 '소신 발언'을 주저해선 안 되고, 영업부서에서는 주력 상품군을 다양화하면 된다. 핵심은 축제를 계속하는 것이지, 특정 음악을 트는 게 아니다. 씨티그룹은 전 세계 네트워크의 리스크관리 사례를 각국에 공유해 거시경제 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일일이 점검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금융사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금융사 임직원이 모두 리스크관리 담당자라는 주인의식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제도를 도입한 것도 임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내부통제·리스크관리 책임을 다하게 하기 위해서다. 임원뿐 아니라 일선창구 직원도 "내가 리스크관리 담당자, 준법감시인"이라는 자세로 임하고, 그러한 영업관행이 자리 잡으면 규제를 강화할 이유가 없다.
감독·정책당국 책임도 무겁다. 금융사들에만 책무구조도가 필요한 건 아니다. 잦은 인사이동과 부서 간 칸막이로 금융당국의 책무에는 빈틈이 없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재발방지책으로 내놓은 제도들을 금융사가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책임은 당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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