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尹정부, 라인 지분만 지킨다..데이터는 日로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3 15:33

수정 2024.06.03 15:33

네이버 지분매각, 尹 나서 막았지만
日이용자 데이터 이전은 사실상 묵인
용산, 日 '데이터 주권' 사안이란 판단
네이버 AI개발 등 기반 손실 우려에는
애초에 활용권 없다는 점 짚으며 반박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라인프렌즈 플래그십스토어 강남점에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라인프렌즈 플래그십스토어 강남점에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네이버의 지분은 지키되 일본인 이용자 데이터는 일본에 넘긴다는 방침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일본인 데이터는 일본에서 다뤄지는 게 적절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인 라인 이용자 데이터 이전은 일본의 권리라 협조해줘야 하는 사안이라는 인식이다.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하는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벌어지자 총무성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저지했다. 라인야후가 제출할 정보보안 강화 대책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한일정상회담에서 라인 문제를 거론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분 매각 문제에 대해서만 적극 입장을 폈을 뿐, 라인야후 보안 강화 방안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보안 강화를 위해 국내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있는 일본인 이용자 9600만명 데이터를 자국으로 가능한 빨리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라인야후도 2026년까지 네이버클라우드와의 시스템 분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일본인 데이터 이전을 묵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데이터 이전은 네이버의 AI(인공지능) 고도화나 비즈니스 확대의 기반을 잃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분 매각에 못지않은 논란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적극 막았던 정부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건 의아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일본의 주권 사안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자국민 개인정보를 다른 나라가 쥐고 있는 상황을 고치겠다는 건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요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분 매각 문제와 달리 데이터 이전의 경우엔 우리 정부가 나서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회담에서 라인 문제와 관련해 '보안 거버넌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데이터 이전을 통해 주권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가 담겨있는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더했다.

네이버의 AI 개발과 사업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대통령실은 일본인 데이터 관리를 위탁 받았을 뿐 활용 권한은 원래 없었다는 반박을 제기했다.
네이버가 지금처럼 일본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다고 하더라도 AI 개발에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활용할 수도 없는 데이터를 쥐고 있기보단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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