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평의 대형 쇼핑몰에도 이 한계효용의 법칙이 적용된다. 쇼핑몰은 말 그대로 진화하고 있다. '미래형 쇼핑몰'의 포문을 열었던 더현대 서울은 땅값 비싼 서울 도심 한복판의 꽤 큰 공간을 고객들에게 휴식공간으로 내줬다. '포레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식물원 콘셉트로 구현해 낸 이 공간은 더현대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렵던 기존 백화점과 비교하면 새로운 시도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새로운 시도는 곧장 유통업계 전체의 트렌드가 됐다. 쇼핑몰에는 프리미엄이, 백화점에는 쇼핑몰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덧입혀졌다. 루프탑과 꼭대기 층에 마련된 각종 스포츠시설에서 땀 흘려 운동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와 쇼핑몰을 즐기고, 길게 줄을 세우는 맛집에서 식사 후 커피 한 잔에 디저트까지 곁들일 수 있는 '전천후'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간도 머물다 간다'는 철학이나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겠다'는 포부가 수십만평의 공간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누릴 게 많아진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인 변화지만, 유통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셈이 됐다. 쇼핑몰이 진화한 만큼 소비자의 눈도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체험형 콘텐츠, MZ세대 사이에서 '잘나가는' 브랜드, 긴 줄을 세우는 맛집 유치가 이제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아니라 기본값이 됐다. 대동소이하게 '트렌디한 걸 다 모아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쇼핑몰의 시간도 빨라졌다. 변화무쌍하면서도 독특한, 개성 있는 MZ세대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트렌드가 변화하는 속도를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복합쇼핑몰이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새로운 것이 또 다른 새로움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누가 먼저 기존 상식과 틀을 깨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과감하게 '이색'을 시도하는 자가 살아남는, 말 그대로 쇼핑몰 격변의 시대다.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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