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4일(현지시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5일 연속 하락세다.
미국의 4월 구인·이직실태조사(JOLTS)에서 미 노동시장 둔화세가 재확인된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증산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면서 유가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일비 배럴당 0.84달러(1.07%) 하락한 77.52달러로 떨어졌다.
전날 브렌트는 3.4% 급락한 바 있다.
이틀에 걸친 낙폭은 5월 이후 최대에 이른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0.97달러(1.31%) 내린 73.25달러로 마감했다.
경고 사격
시장은 OPEC+가 2일 온라인 회의에서 하루 300만배럴 감산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대신 자발적 감산에 나선 8개 회원국이 10월부터 감산 규모를 조금씩 줄이는 식으로 증산에 나설 수 있다고 단서를 단것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EB의 상품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비얀 실드롭은 OPEC+의 이 같은 결정은 시장 점유율을 영원히 내주는 희생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경고 사격'이라고 말했다.
실드롭은 OPEC+가 유가 폭락 촉발을 우려해 시장에 석유를 쏟아내지는 않겠지만 경쟁자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의사는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한 방향 메시지만 있었다"면서 OPEC+는 "물량보다 가격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드롭은 "OPEC+가 그동안 대량으로 석유를 푸는 것을 억제했지만 이제는 "우리 시장 점유율을 돌려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지표
실드롭은 OPEC+의 기조 변화로 인해 앞으로 시장은 석유 공급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초 전망을 토대로 경제 지표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OPEC+가 특히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유가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OPEC+가 적어도 그때까지는 공급 측면에서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결국 유가를 좌우할 변수는 수요다.
수요에 영향을 주는 경제 지표들은 흐름이 그다지 좋지 않다.
전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5월 제조업 지수는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향후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들이 절반에 못 미쳤다는 뜻이다.
미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지표는 4일에도 나왔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4월 구인·이직실태조사(JOLST)에서는 미 기업들의 구인 규모가 4월 806만명에 그쳐 2021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로 노동 시장 역시 열기가 가라앉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브렌트는 경제 지표 둔화와 석유 재고 증가 속에 지난 1주일 8%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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