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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오피스텔 경매물건의 낙찰율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로 넘기면서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이 늘고 있어서다. 이 경우 낙찰자는 임차권 인수부담없어 입지경쟁력을 갖춘 오피스텔 위주로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있다. 9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오피스텔(주거용) 경매 진행 물건은 831건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이중 224건이 낙찰돼 낙찰율은 27%이다. 2022년 12월 30.5%(164건 중 50건 낙찰)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77.5%, 물건 당 평균 응찰자 수는 2.97명이다. 낙찰가율은 2022년 10월 95.7%이후 70~80%대를 오가는 상황이다.
서울, 경기, 인천 모두 낙찰율은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경매는 낙찰율은 22%다. 2022년 11월 25%(64건 중 16건 낙찰) 이후 최고치이다. 인천의 낙찰율은 32.3%로 2022년 7월 36.4% 이후 높다. 경기 낙찰율은 25.1%로 지난해 9월 34.7% 이후 8개월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서울에서 최고 낙찰가율을 찍은 오피스텔을 은평구 에스클래스 전용 27㎡이다. 1억8600만원, 낙찰가율 97.38%이다. 1회 유찰된 물건으로 응찰자 5명이 몰렸다. 전세보증금 1억8600만원의 임차권이 설정된 물건을 HUG가 강제경매에 넘겼다.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HUG가 승계해서다. 이번 물건의 낙찰자는 낙찰금액 외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HUG가 '임차권 인수조건 변경'을 통해 매각대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만 행사하고 임차인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이 늘면서 오피스텔 낙찰율이 오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UG는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값에 근접) 오피스텔의 임차인 전세 보증금을 갚아준 후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크다 보니 유찰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HUG는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법원에 대항력 포기를 신청하고 있다. 낙찰자는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에 대해선 임차권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낙찰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지난달부터 HUG가 '든든전세' 사업을 추진하는 점도 낙찰율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HUG가 강제경매를 신청한 주택을 직접 셀프로 낙찰 받는 것이다. 든든전세는 HUG가 보증 사고 주택을 직접 낙찰받아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새로운 임차인에게 전세를 줘 보증금만큼 HUG의 현금흐름이 즉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HUG관계자는 "지난달 HUG가 직접 낙찰한 경공매 물건 302건 중 오피스텔은 104건이다"며 "올해 든든전세를 3500가구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매업계는 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물건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다만, 오피스텔 경매 시장이 활성화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매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58% 떨어졌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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