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아레나 디 베로나’를 아시나요?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7 06:00

수정 2024.06.07 18:15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이자 오페라의 성지 베로나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올해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 장면. 솔오페라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동북부, 아름다운 중세 도시 베로나는 세계적 문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베로나의 두 신사’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배경이 된 도시이다.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 시대가 공존하는 베로나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 셰익스피어를 사로잡은 베로나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1905년 베로나시가 13세기의 한 저택을 ‘줄리엣의 집’으로 지정하면서 도시는 사랑과 낭만의 아이콘이 되었다. 베로나에는 늘 사랑을 이루려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사랑의 마법으로 가득한 도시 베로나는 사실 고대부터 교통의 요충지이자 요새 도시였다.
‘3중 해자’라는 독특한 구조와 건축적인 면에서 2000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최고의 예술적 요소들을 통합 발전시킨 뛰어난 사례가 인정되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역사의 숨결들은 때로는 놀라움을, 때로는 숙연함을 자아낸다. 그중 단연 으뜸은 ‘아레나 디 베로나’이다. 베로나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포르타 누오바를 지나 잘 닦여진 넓은 도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어느새 드넓은 광장, 피아짜 브라가 펼쳐지고 그 뒤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아레나 디 베로나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이라는 뜻이다. 1세기에 건축된 이 원형 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 나폴리 인근의 카푸아 원형 경기장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크고 가장 잘 보존된 경기장이다. 건설 당시에는 주로 검투사들의 경기장으로 사용됐으나, 중세 시대에는 배수 시설까지 갖추어 수상 경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지역에서 생산된 흰색과 분홍색의 대리석으로 마름돌을 쌓아 3만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규모로 지어진 이 고대 원형 경기장은 베로나의 상징이자 고고학적 보고이다.

고대 유적지로만 알려진 아레나 디 베로나는 탁월한 음향 효과 덕분에 18세기부터 연극 공연장으로 이용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오페라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 것은 1913년부터였다.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대표작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하게 되었는데 너무 큰 공연장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공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성악가들의 목소리는 객석 끝까지 완벽하게 전달되었다. 피와 살점이 흩어지던 검투장이 200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세계적 오페라 극장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레나 디 베로나
아레나 디 베로나

여름이 되면 베로나는 더욱 활기를 띤다. 6월부터 9월 초까지 약 두 달 반 정도 펼쳐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때문이다. 이때 특히 베로나의 상점과 식당들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베로나는 물론이고 인근 도시들의 숙소들도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다. 전 세계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한여름 뜨거운 땡볕 아래서도 좋은 좌석에서 관람하려고 낮부터 길게 줄을 선 관객들은 지쳐 보이기보다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모습이다. 1층 비싼 좌석이 부담스러운 관객들은 대부분 계단석에 앉아야 하는데, 먼저 입장해야 좋은 좌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낮에 뜨겁게 달궈진 대리석 돌바닥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해도 처음 보는 초대형 야외 오페라는 언제나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감동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별빛과 달빛, 살랑 거리는 바람에 실려 오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무대는 과연 장관이다. 20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매직 아워로 전 세계에서 매년 50만명의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제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 오페라의 성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7800억원 상당의 경제 유발 효과를 올리는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산업의 최고 산실이다.


올해로 100년 하고도 1년

101회를 맞이하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6월 8일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로 축제의 막을 올린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이탈리아 문화부의 특별 이벤트인 갈라 콘서트도 투란도트의 무대 세트를 배경으로 6월 7일(현지시간)부터 펼쳐지는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은 ‘투란도트’에 이어 ‘아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카르멘’, ‘토스카’ 등 5편의 오페라와 2개의 발레 공연, 그리고 2번의 콘서트로 구성된다.


3일 아레나 디 베로나 현지의 분장한 합창단원들이 연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솔오페라단 제공
3일 아레나 디 베로나 현지의 분장한 합창단원들이 연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솔오페라단 제공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여러 문호들이 사랑했던 도시, 전 세계 성악가들에게는 꿈의 무대가 된 아레나 디 베로나, 그 오프닝 공연인 ‘투란도트’를 올해는 이곳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볼 수 있다 하니 가히 한국 오페라의 역사적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산마리노공화국 명예영사)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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