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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5년 만에 금리 인하 단행...물가억제 반환점?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6 22:28

수정 2024.06.06 22:28

유로존, 3대 정책금리 0.25%p씩 인하...기준금리 4.25%
5년 만에 금리 인하, 2년 전 시작한 금리 인상 기조 전환
물가상승 억제 목표 어느 정도 달성, 추가 인상은 서두르지 않을 듯
미국 등 다른 G7 선진국들의 금리 인하 시기 주목, 9월 유력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과 금리 인상에 나섰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렸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가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ECB는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이사회를 마치고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3대 정책금리인 기준금리(Refi·재융자금리)와 예금금리,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4.25%, 3.75%, 4.5%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보다 모두 0.25%p 내려간 숫자다.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인하는 지난 2016년 3월 이후 약 8년 만이며 예금금리 인하는 2019년 9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바뀐 금리는 오는 12일부터 적용되며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기준금리는 한국(3.5%)보다 0.75%p 높은 수준이 된다.

ECB는 2022년 초만 하더라도 3대 금리를 -0.5~0.25%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ECB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7개국(G7)에서 물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같은 해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금리를 올렸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10월에 10.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2.6%까지 떨어져 ECB의 목표치(2%)와 비슷해졌다.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9개월간 금리 동결 이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9월 회의 이후 물가상승률이 2.5%p 이상 하락했고 물가 상승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ECB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3월 2.3%에서 2.5%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6%에서 2.8%로 각각 올려잡았다.

ECB는 "최근 몇 분기 동안 진전에도 임금 인상률이 높아져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며 "물가상승률이 내년까지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동시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특정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며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에 정책 금리를 충분히 제한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의 폴 홀링스워스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인하에 대해 "ECB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분기에 1회 인하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 정책위원들이 올해 약 2회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ECB는 6일 발표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6%에서 0.9%로, 내년 전망은 1.5%에서 1.4%로 수정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 인하로 돌아서면서 비슷한 시기에 금리를 올렸던 G7 선진국들의 금리 인하 시점을 추측하고 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5일 기준금리를 4.75%로 0.25%p 낮췄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만이며, G7 회원국 가운데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하다. 기준금리를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5.25%)으로 올려놓은 영국중앙은행도 오는 20일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설정한 기준금리는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 구간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달 12일을 비롯해 7월과 9월, 11월, 12월까지 올해 5차례 남았다.
미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면 빨라야 9월이라고 보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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