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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임박..韓 “강제노역 미반영시 반대”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7 15:50

수정 2024.06.07 15:50

강제노역 빠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최종 등재 수순 밟아왔던 '보류' 권고 받아
외교부 "강제동원 반영 안되면 막을 것"
유네스코 '전원합의' 관례..韓 반대시 좌절
그럼에도 日 "韓 정중히 논의" 입장만 내
한일관계 악영향 우려에 반영 합의될 듯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광산. 사진=뉴스1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광산. 사진=뉴스1
2017년 11월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39차 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2017년 11월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39차 총회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7일 강제노역 사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와 논의를 하겠다고만 밝힐 뿐 강제노역 반영 여부에 대한 답은 피하고 있다.

일본 문화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에 대해 ‘보류(refer)’ 권고를 했다.

이코모스는 등재·보류·반려·등재불가 등 4단계 권고를 하는데, 보류의 경우 추가자료 보완만 마치면 대체로 등재되는 수순을 밟는 단계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코모스가 보류를 권고한 8건 모두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문제는 일본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에 강제노역 사실은 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자 우리 정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제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련 사실을 사도광산 유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우리 입장 반영이 안 된다면 끝까지 ‘컨센서스’를 막고 투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즉, 최종적인 세계유산 등재 결정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등재 결정은 규정상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지만, 관례적으로 전원이 합의하는 컨센서스를 형성해왔다. 위원국인 우리나라가 반대표를 던지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가 막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입장만 낼 뿐 강제노역 반영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강제노역 반영 요구에 대해 묻는 질문에 “사도광산의 문화유산으로서 훌륭한 가치를 평가받도록 계속 한국 정부와 성실하고 부단하게 정중히 논의해 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한일 간 협의로 결국 강제노역 사실이 반영될 여지는 남아있다. 우선 이코모스가 사실상 강제노역 사실을 반영해 현장에도 관련 설명을 제공하는 시설을 갖추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공개적으로 반발해 한일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달리 결정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원만한 협의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중) 유네스코 투표에서 지는 쪽은 엄청난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 치킨게임과 같다”며 “협상을 통해 그런 상황을 피하면서 합의를 도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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