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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감사해요" 낮에는 한의사…밤에는 틱톡커 [한승곤의 인사이드]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8 10:33

수정 2024.12.17 22:01

틱톡커 '차차' 본래 직업은 한의사
퇴근하고 생방송 진행하며 시청자와 소통
"팍팍한 삶…본래 나를 찾을 수 있어"
직장인들 사이서 여전한 '부캐' 인기

틱톡커 '차차'가 틱톡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는 '본캐' 한의사로써의 삶 퇴근 후, '부캐' 틱톡커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사진=틱톡커 차차 제공
틱톡커 '차차'가 틱톡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는 '본캐' 한의사로써의 삶 퇴근 후, '부캐' 틱톡커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사진=틱톡커 차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좋아요 한번씩 눌러주세요!"

한 20대 중반 여성 A씨가 상기된 얼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에서 자신의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팬들에게 한 말이다. 팬들은 스마트폰이나 PC로 틱톡에 접속, '좋아요'를 누른다. '좋아요'가 누적되면 방송 시청 순위가 올라간다. 인기가 많은 방송 진행자는 순식간에 '1만 좋아요'를 얻기도 한다.


틱톡은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또 누구든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라이브 호스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스트는 일종의 생방송 진행자다. 이원 생중계와 비슷한 개념으로 틱톡 사용자들은 라이브 진행 시,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용자와 함께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다.

A씨 경우 틱톡 호스트다. 본래 직업은 한의사로, 방송 닉네임은 '차차(CHACHA)'다. '차차'는 틱톡커인 자신에 대해 "저는 2년 차 한의사로, 그리고 틱톡커로 살아가고 있는 만 25세 차차 입니다"라며 "조금 어린 나이에 한의사가 된 저는 젊음에서 나오는 밝은 에너지가 무기입니다"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한의사로서의 저는 절대 가볍지 않고, 가벼워서도 안 되는데, 틱톡으로 보이는 저의 일부가 한의사로의 차차까지 가볍게 보일까 싶어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뉴진스님·프로 복서·카이스트 교수…'본캐' 아닌 또 다른 나의 모습

개그맨 윤성호 씨가, 지난달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부캐인 뉴진스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퀴즈 캡처
개그맨 윤성호 씨가, 지난달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부캐인 뉴진스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퀴즈 캡처

'본캐', '부캐'는 원래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다. 본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평소 자신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활동할 때를 의미한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님'도 사실 민머리의 빡구 캐릭터로 친숙한 윤성호 씨의 부캐다. 그는 승려 복장을 하고 EDM 공연을 하며 'K-불교'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려경 교수의 부캐는 여자 프로복싱 선수다. 2019년 복싱을 시작한 서 교수는 2020년 프로에 데뷔했고, 3년 만에 챔피언이 됐다.

여기에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에 임명된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역시 교수 직업을 부캐로 볼 수 있다. 그는 부캐를 활용해 공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카이스트 대전 본원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 행사 토크쇼에 참석해 "콘서트의 가장 큰 목적인 현장감과 생동감을 살릴 수 있도록 AI 기술을 도입해 이를테면 '부캐'와 같은 콘텐츠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캐는 내 인생에서 즐거운 일탈" 직장인들 긍정적인 반응

이런 현상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코리아2020'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요즘은 직장에 있을 때와 퇴근 이후 모습이 완전히 다르고 SNS도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개인이 많아졌다"며 "개인의 취향이나 취미 등을 중시하는 덕질 문화가 중요한 사회가 되면서 이런 변화를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24년인 지금, 뉴진스님 등 다양한 부캐가 여전히 나오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본래 직업과는 다른 캐릭터로 살면서 색다른 행복을 느끼며 인생 목표를 성취 지향에서 행복 지향으로 옮기려는 현상이 아니겠냐는 반응도 많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부캐가 있으면 확실히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캐를 뭘로 할까, 이렇게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어 "회사 업무는 업무대로 열심히 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 부캐의 매력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40대 회사원 최 모 씨는 "저는 캐릭터 개념이 아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걸 부캐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부캐는 자신의 인생에서 기분 좋은 일탈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의사 겸 틱톡커 차차는 자신의 부캐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는 "제가 알고 있는 한의학적 지식과 건강 관련 정보를, 세계인과 공유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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